스포츠 인사이드-'7080 스포츠' 복싱을 그리며

입력 2005-11-09 10:14:55

최근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이종격투기는 아직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이종격투기는 케이블TV를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넓혀가고 있으나 상업성이 짙어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복싱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국내에서 여자 복싱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으나 남자들의 복싱은 침체된 지 오래다. 음악 등 '7080 문화'에 대한 향수가 인기를 얻고 있듯이 '7080 스포츠'인 복싱의 추억도 짙어진다.

30대 중·후반 이상의 사람들 중 한때 복싱을 좋아했던 이들은 현재의 이종격투기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복싱을 더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종격투기에도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대체로 무지막지하게 원시적으로, 느리게 상대를 제압하는데 비해 복싱은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주먹 기술로 때로는 우아하게 경기를 하기도 한다.

김기수, 유제두를 이어 홍수환, 염동길이 한 시절을 풍미하고 김철호, 장정구, 유명우 등이 세계 챔피언으로 있던 시절, 많은 이들이 긴장과 흥분으로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복싱 매니아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복싱 전문잡지를 펼쳐 보거나 방과후 친구들과 모여 각 체급의 세계 랭킹을 살펴보면서 각자가 추천하는 미래의 세계 챔피언 후보를 두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80년대 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슈가레이 레너드가 전도유망한 챔피언 윌프레드 베니테스를 꺾은 후 피피노 쿠에바스를 침몰시킨 디트로이트의 코브라 토마스 헌즈와 맞붙게 되었을 때 복싱 팬들은 그들의 대결만으로 가슴을 설레었다. 헌즈가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로 레너드를 혼쭐내다 14회 레너드의 빠르고 강한 훅에 걸려 역전 KO패 했을 때 이 경기는 복싱사의 명승부가 됐다. 레너드는 이후 마빈 해글러, 로베르토 두란과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일련의 시합들을 가졌고 복싱의 매력을 최고 수준으로 선사했다.

기품있는 동작으로 상대에게 접근, 서서히 상대를 침몰시키는 '링의 백작' 알렉시스 아르게요가 '신시내티의 폭풍' 아론 프라이어에게 무참히 무너질 때 복싱 팬들은 복싱의 의외성에 경악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몬존, 무하마드 알리, 조지 포먼, 마이크 타이슨,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등 많은 복서들이 화려한 족적을 남기며 전 세계의 복싱팬들을 열광시켰다.

고교 시절에는 감히 그러지 못했지만 대학생이 된 복싱 매니아들은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학교앞 다방에 삼삼오오 앉아 TV로 생중계되는 레너드와 헌즈 등의 경기를 보며 탄성을 질러댔다.

위대한 복서이자 20세기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는 무하마드 알리가 파킨슨씨병의 악화로 시한부 삶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건한 체력을 지닌 그가 시들어가는 현실은 복싱 팬들을 안타깝게 하며 복싱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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