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신고제 70주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입력 2005-11-04 09:55:30

출동 많아지고…인력은 못 따르고…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119 신고제도가 시행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 경성중앙전화국의 교환방식이 1935년 10월 1일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화재신고용으로 119번이 사용됐다. 마침 대구시는 9일 11시 9분 '다시! 안전 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안전도시 선포식'을 개최, 119의 의미를 되새긴다. 70주년을 맞은 119의 오늘과 어제,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봤다.

◇119의 오늘

"교통사고예요, 교통사고!"

3일 오전 9시 59분 대구시소방본부 종합상황실. 성서공단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정확한 위치부터 말씀해 주시죠. 사람은 몇 명이나 다쳤습니까."

한순간, 상황실에 긴장이 감돈다. 네 사람이나 차 안에 갇혀 생사를 오가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 상황실 요원들은 위치와 인명피해 정도를 파악하자마자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달서소방서 구조대와 죽전, 월성 구급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현장 출동 결과는 1명 사망, 3명 중·경상. 상황실 요원들은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연일 이어진다"며 "119 신고상황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대구 119 종합상황실은 지난 2000년 탄생했다. 재난 사고 신고에 최대한 빨리 대응하기 위해 소방서마다 운영하던 개별 상황실을 통합한 것.

이석재 소방교는 "상황실에 걸려오는 119 전화는 하루 평균 2천 건 안팎에 20~30초마다 한 번씩 벨이 울린다"며 "2000년 신남네거리 지하철공사장 붕괴, 2003년 중앙로역 지하철 방화 참사, 올해 수성구 목욕탕 폭발 같은 대형사고 땐 수백~수천 통의 신고 전화가 한꺼번에 폭주한다"고 했다.

종합상황실이 119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 지령을 내리는 곳이라면 실제 현장 출동은 구조, 구급대와 파출소 소방관들의 몫. 3일 오전 7시 36분. 칠성파출소 구급대에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요통을 호소하는 70대 노인 환자의 병원 이송이었다. 위치를 확인한 김진광(38) 소방교가 현장에 도착한 건 단 4분 뒤. 병원까지 호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10분이었다.

칠성파출소 구급대가 올해 이송한 병원 환자만 1천191명. 대구의 연간 구조, 구급 이송건수는 2002년 4만4천611건, 2003년 4만5천940건, 지난해 4만8천47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또 대구의 화재건수는 2002년 979건, 2003년 1천4건, 지난해 997건. 칠성파출소 도진환 부소장은 "화재 출동에는 물을 뿜는 펌프차, 물을 저장하는 탱크차, 인명 구조를 담당하는 구조·구급차가 한 조를 이룬다"며 "아파트같이 높은 곳은 고가차, 물로 끄기 어려운 특수공장은 화학차,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지하는 배연차 등 특수 소방차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119의 어제

119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426년 3월 3일 화재 전용 종을 달았던 게 119의 효시. 1902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교환원 교환방식의 신고체제를 운영했고, 119 화재 신고번호를 도입한 건 1935년부터다. 이때부터 119가 실질적으로 탄생한 셈. 119는 일일이 구하라는 의미다.

그 후 68년이 지난 2003년에서야 119통합신고체제를 마무리하는 종합방재센터가 설립됐고, 지난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신고체제에 이어 올 4월부터는 위치정보시스템 구축을 끝마쳤다.

◇119의 내일

대구시는 9일 '119' 70주년을 기념하는 '안전도시 대구 선포식'을 개최한다. 1994년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이후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았던 대구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사고 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열악한 소방 현실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 3교대를 실시하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유독 소방관들만 아직까지 24시간 2교대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의 경우 2교대 정원(1천885명)에도 418명이 모자라는 실정으로 3교대 정원(2천625명)에는 1천158명이나 부족하다.

또 소방관 1인당 담당 시민 수가 프랑스는 243명, 미국 254명, 일본 827명인데 반해 대구는 1천728명이나 된다. 소방차량도 사정은 마찬가지. 총 234대의 차량 중 10년 이상 노후 차량만 41대에 이르고 있다. 올해부터 본부 대응기획팀과 4개 소방서 구조구급과를 신설해 재난대비 체계를 개선한 게 그나마 다행.

소방 관계자들은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늘 안전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늘 그때뿐"이라며 "돈과 사람은 지원하지 않고 안전만 바라서는 결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