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구별 말자" 는 헛구호였나

입력 2005-11-01 11:48:12

우리나라의 출생시 남초(男超) 현상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계 45개 국의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 비율 조사 결과 한국이 2003년에 108.7로 5위를 차지했다. 우리의 남아 선호가 '역시나' 세계적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루지야가 118.3으로 가장 높고 아제르바이잔 117.2, 대만 110.1, 홍콩 109.1 등의 순이다.

우리의 이 같은 남아 출생 성비(性比)는 주지하다시피 뿌리 깊은 남아 선호가 주원인이다. '대(代)를 이을 아들'에 대한 집착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탓이다. 이는 출생 순위별 성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003년 경우 첫째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4.9였으나 둘째아는 107.0, 셋째아 이상은 무려 136.0으로 급상승한 것이 아들을 얻기 위한 '선별 낙태'가 적지 않음을 말해 준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2003년 출생 성비는 대구 112.5, 경북 110.9, 2004년엔 대구 110.3, 경북 112.8로 역시 전국 평균 108.2보다 훨씬 높다.

남초 현상은 갖가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중대 사안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경 신붓감 대 신랑감 성비가 100대 123 수준이 돼 아들을 장가 못 보내는 가정이 수두룩해질 판이다. 다행히 1994년 115.5를 고비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아 선호 관념이란 것이 단기간에 사라질 성격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까지의 미온적 대책을 보다 새로운 틀로 다시 짜야 한다.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 교육, 태아 성감별 불법 의료에 대한 의료인의 의식 개혁과 처벌 및 감시 기능 강화가 급선무다. 여성 지위 향상 지원책으로 자연스럽게 남아 선호관을 불식시키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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