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네거리 교통정체 '궁색한 대책'

입력 2005-10-31 09:59:40

대구시가 수성구 황금네거리 일대의 교통 대책으로 유일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 바로 지하차도 설치다. 인근에 SK 리더스뷰, 대우 트럼프월드 등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 궁색한 시설이다. 그것마저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아 우려를 더해준다.

■차만 있고 사람은 없다.

지난 28일 오후 북구 태전동 칠곡지하차도 앞. 지하차도 양쪽에 8, 9층 안팎의 건물이 즐비한데도 거리에는 활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칠곡지역의 최대 번화가인데도 행인이 그리 많지 않았고 양쪽 도로는 불법 주차차량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옷가게를 하는 40대 상인은 "칠곡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탓이 크지만 지하차도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차량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동네에 사람이 모여들 리 없고 결국 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의 동아백화점 강북점이 10여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라고 했다.

한 과일 노점상은 "차량이 쌩쌩 달리는 소리를 하루종일 듣다보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며 "지하차도 건너편과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주는데다 지하차도 위의 불법 주차차량으로 인해 교통혼잡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칠곡과 대구를 오가는 차량들의 소통 이외에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완공된 매천시장 지하차도 주변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변에는 공장, 창고, 불법 주차차량만 보일 뿐 제대로 된 상업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부터 경부선 철도가 통과하는 대구역 지하차도, 비산 지하차도 주변은 대구의 대표적인 슬럼가였다.

또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 지하차도, 북구 서변동 서변 지하차도 등은 고속화 도로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좀처럼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다.

■황금네거리는 어떨까?

대구시의 당초 계획대로 황금네거리에 지하차도가 설치될 경우 어떤 모습일까.

현재보다 상권이 위축되고 행인이 줄어들 게 뻔하다. 황금아파트 앞에서 중동교 앞까지 차량이 지하로 통행하게 돼 황금네거리를 남·북으로 갈라놓을 가능성도 있다.

또 지하차도 설치시 교통 정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 시공을 해야 하는데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범어천 아래쪽으로 시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최소 2년 안팎의 공기가 필요해 오랜 기간 교통불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차도 설치를 두고 교통 전문가들은 교통소통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태도인 반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일대를 황폐하게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시 교통영향평가위원인 박용진(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영향평가가 제도적으로 대규모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신축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통흐름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시설을 사업자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대구시 교통영향평가위원인 김타열(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하차도라는 시멘트 구조물은 대구의 중심지역을 삭막하게 만들고 인간의 접근을 가로막을 것"이라면서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보듯 교통 소통량보다는 인간활동을 편리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차도가 교통흐름에 얼마만큼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차량이 지하차도를 통과하더라도 남쪽의 중동교와 신천대로 앞에서 정체가 빚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신호등 4, 5개만 없어지는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교통소통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구시는 "이 일대는 시의 장기교통 계획에 고가차도를 건설하기로 돼 있던 곳"이라며 "중동교와 황금아파트 앞의 신호체계를 조정할 경우 교통흐름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SK리더스뷰의 사업시행사가 지난 6월 대구시에 제출한 교통영향평가서에는 지하차도를 설치할 경우 인근 교차로에서 범어네거리 방향과 중동교 방향의 차량 지체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표1 참조) 교차로에서 황금아파트 방향과 두산오거리 방향의 차량 지체도는 지하차도 설치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교차로 부근의 차량 지체도만 측정한 것이어서 황금네거리 일대 교통량 전체를 살펴볼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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