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박람회는 자주 열리지만…

입력 2005-10-28 15:49:18

이벤트성 행사 그쳐 구직자 '겹시름'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박람회가 남발하고 있다. 대구시, 경북도, 공단, 대구지방노동청, 대구고용안정센터, 대학 등의 주최로 올 하반기에 개최된 취업박람회는 모두 1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취업박람회가 열리는데도 구직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이벤트성 행사로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를 낼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전문가들은 실업난 시대에 취업박람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좀 더 내실있는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속이 없다

지난 26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보건·의료 취업박람회.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알림판 주위에 모여 채용공고를 유심히 살피고 채용업체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고 있었다.

대학 측은 지역에서 최초로 보건·의료 분야 취업박람회로 특화시켰다고 밝혔지만 38개 참가 업체 중 병원 등 보건·의료분야 관련 업체는 11개에 불과했다. 종합·대학병원 등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오후 5시까지 예정된 행사였지만 오후 4시쯤 업체들 대다수가 철수해버려 텅 빈 부스가 많았다.

처음으로 취업박람회에 왔다는 구직자 황정임(22·여·대구시 북구 검단동) 씨는 "관심있는 업체에 채용면접을 보러 왔는데 업체가 일찍 철수해버려 이력서를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최민지(22·대구시 북구 복현동) 씨는 "한 병원이 작업치료사를 채용한다는 홍보물을 보고 이력서를 내려고 했더니 안 뽑는다고 했다"며 "주최 측과 업체들이 구직자를 위해 행사를 좀 더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대구보건대 관계자는 "처음 개최하는 취업박람회이기 때문에 미흡한 점도 있었다"며 "내년에는 다른 대학과 연계하는 것도 검토하는 한편 더 많은 보건·의료관련 업체들을 참가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일대에서 개최한 '대구·경북 취업박람회'도 마찬가지. 구인업체 56곳과 구직자 4천500여 명이 참가했지만 현장에서 채용이 결정된 구직자는 45명에 불과했다. 규모가 큰 업체에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부스는 한산해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직자 홍모(33·대구시 동구 신기동) 씨는 "취업박람회 몇 곳 가봤지만 실망만 했다"며 "시간·돈 낭비하는 이벤트성 취업박람회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실있는 박람회로

취업박람회는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3,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업박람회는 설립 취지를 못 살린 채 실적 위주의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채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업체의 인사부장 등이 참석, 면접을 실시했지만 최근에는 말단 직원들이 나와서 이력서만 거둬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주최 측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참석하는 업체들도 많아졌다는 것이 취업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취업박람회를 유치하는 주최 측이 양적인 면만 강조해 더 많은 수의 업체 유치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직자들은 구인업체들의 '옥석'을 제대로 가리기 힘들다.

때문에 성공적인 취업박람회를 위해서는 분야별로 특화시켜야 한다고 취업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규모에 매달리는 백화점식 취업박람회를 자제하고 생산직, 사무직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 박람회를 개최해야 된다는 것. 또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구직자들의 취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하는 등 사후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급여수준도 낮고 직원 후생복지가 미흡한 업체들이 많아 취업준비생들이 취업박람회 참가를 꺼린다"며 "대기업과 연계해 취업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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