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엉터리 통계'

입력 2005-10-28 11:48:51

1954년 '통계의 마술'을 낸 디렌돌프라는 학자는 "세상에는 세 가지 형태의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선의의 거짓말' '악의의 거짓말' '통계를 이용한 거짓말'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통계수치를 이용한 거짓말은 가장 그럴듯하고 교묘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려 할 때 통계수치를 나열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선거 때마다 통계수치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나라의 정책을 펼치면서도 통계를 이용한 거짓말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국가의 올바른 정책을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어떤 문제는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통계만 있어도 해결책이 나온다. 더구나 가치관이 다양해진 사회에서 국가적 의사 결정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통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통계 현실은 양적으로 빈약하고 질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지며, 자주 말썽을 부르고 있는 형편이다.

◇ 노동부가 비정규직 통계자료를 잘못 발표해 장관이 번복,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계청의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548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6.6%를 차지, 지난해보다 8만 명이 증가했다고 어제 밝혔다. 비정규직 수가 503만 명으로 37만 명이 줄었다는 전날 발표를 하루 만에 뒤집은 셈이다.

◇ 이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통계청 자료를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기술상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동부도 "코드표를 잘못 작성했다"며, 1차적인 원인은 통계청에 있다고 떠넘겼다. 그러나 이 해명을 수긍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이 성명을 통해 지적하고 있듯이, 비정규직이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자 그 규모를 축소해 문제의 심각성을 감추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 국가 통계가 국가 운영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나위조차 없다. '통계 강국'이 곧 선진국의 열쇠라 하지 않는가. 통계는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의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하는 객관적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 통계가 정부의 '여론 몰이'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데 오용되고 왜곡돼서는 안 된다.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세운 정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불신은 물론 나라를 거듭 꼬이게도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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