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벙커버스터' 핵무기 계획 철회

입력 2005-10-27 14:25:10

미국 부시 행정부는 그간 많은 논란을 빚어왔던 '고강도 지하목표물 파괴용 핵무기(벙커버스터)'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고 대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유사한 장치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이 25일 밝혔다.

에너지부 예산안 감독 소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피트 도메니치 상원의원은 이날 에너지부의 2006 회계연도 예산안 중 벙커버스터 관련 예산이 에너지부의 요청으로 삭제됐다고 밝혔다. 도메니치 의원은 회의 참석자들이 미국 핵무기 개발 계획을 관리하는 에너지부국가핵안보국(NNSA)의 요청으로 예산안 철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메니치 의원은 성명에서 "이제 국방부와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지하 관통 무기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도 비핵 벙커버스터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됐다고 확인했다. 그간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잠재적 적대 세력들이 점점 땅 속 깊은 곳에 공격시설을 만들어 재래식 무기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지하목표물용 핵탄두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으나 하원은 관련 예산안을 부결시키는 등 의회는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에너지부는 기존 방안보다 훨씬 축소된 400만 달러만을 요구해 상원에서 통과됐으나 최종 결정은 에너지부 예산안을 협의하는 상·하원 의원들에게 달려있는 상태였다.

반대자들은 벙커버스터가 핵비확산 정책에 위배되고 파괴력이 지상에까지 미친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해 왔다.

의회 내에서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 계획 반대자 중 한 명인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벙커버스터 핵무기는 다른 국가들에 핵 경쟁이 재개되고 차세대 핵무기 실험 및 개발이 시작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핵확산 방지를 촉구하는 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 연합'의 수석 분석가인 스티븐 영은 "계획됐던 벙커버스터는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보다 70배나 강력한 무기로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낼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합리적인 핵정책이 거둔 진정한 승리"라고 평했다.

지난 4월 미국 학술원은 동일한 파괴력을 지녔을 경우 지하 관통용 핵무기도 지상용 핵무기와 같은 규모의 피해를 야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학술원은 미의회 요청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핵무기는 핵출력과 목표 장소에 따라 최소 수천 명에서 100만 명까지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올 초 의회 청문회에서 린턴 브룩스 NNSA 국장도 벙커버스터 핵탄두가 이용될 경우 상당한 양의 방사능 낙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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