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 후를 염두에 두고 도시발전의 방향을 결정짓는 도시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미래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도시발전을 꾀하는 만큼 계획을 잘 짜는 게 도시 발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인 셈. 그러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같이 중요한 계획이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릇된 도시계획, 대구 발전 가로막아"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탁상(卓上) 또는 도상(圖上)에서 도시기본계획을 짜고, 종합적 안목없이 도시계획을 추진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월드컵경기장과 대구미술관의 입지 문제. 김타열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체육시설이나 문화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 경우 대중교통과 연계해 입지를 유도해야 하나 월드컵경기장 등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들 시설은 지하철 2호선의 역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아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찾기에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윤병구 계명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다시 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으로 가야해 지하철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대구시가 60년대부터 부도심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본리지역도 도시계획의 실패를 보여주는 전형 가운데 하나. 실제적인 생활권이 다른 데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이의 중심지로 부도심을 설정하는 형식적 도시계획 탓에 본리지역은 부도심에 걸맞은 상업 등의 시설은 전혀 들어서지 않은 채 '모텔특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
김 교수는 "인구가 이동하는 '축'을 고려하지 않고 성서와 월배의 중간지점이라는 도상적 시각에서 본리를 부도심으로 선정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계획을 잘 짜면 돈을 버는 데도 대구시는 종합적 안목없이 도시기본계획을 세우고, 도시계획을 추진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돈희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월드컵경기장은 지하철 2호선과 바짝 붙어있지 않지만 2호선과 연계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본리를 부도심으로 계획한 것은 대구 인구가 100만 명일 때 세운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대구가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한 탓에 본리지역은 부도심이 되지 못하고 도심에 흡수되고 말았다"고 얘기했다.
△2020년 도시기본계획(안)도 '졸속'.
대구시가 최근 내놓은 '2020년을 향한 대구도시기본계획(안)'도 앞서와 같은 오류를 범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시기본계획이라면 현재 대구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담아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침체된 대구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등을 염두에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에서 계획을 짜야 하는 데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지도 위에서 기존 요소를 모으거나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동대구지역을 국제도시로서의 중추관리기능 수행을 위한 신도심으로 만들겠다는 시의 도시기본구상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도심이라고 하면 행정, 상업 등에서 도시의 중추관리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데 동대구지역은 그 같은 역할을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 동대구지역이 신도심이 되려면 행정 업무를 다루는 각 기관이나 백화점과 같은 고급상업시설 등이 들어서야 하나 지금도 교통이 복잡한 데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도심으로 성장하기에 한계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무턱댄 신도심 개발보단 지하철 1, 2호선이 만나는 등 접근성이 좋고 문화, 역사 등에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기존 도심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경우 벌써 1970년대 후반부터 '비하인드 스프로올(Behind Sprawl)' 정책을 채택, 도시확산보다는 도심 개발에 중점을 두고 큰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대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도 대구의 도심이 쇠퇴한 이유를 도시기본계획에서 찾았다. "대구가 3대 도시라지만 도심을 보면 인천이나 대전과 달리 랜드마크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도심을 그대로 둔 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미개발지 개발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성곽도시였던 대구의 도심은 접근성은 물론 역사성을 갖고 있는 데도 시는 도심'재갱신'을 등한히 하는 바람에 도심 쇠퇴와 공동화란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김 국장은 "신도심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동대구지역은 동대구역 부근만 아닌 범어네거리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이어서 신도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갖고 있는 기존 도심 개발을 위해 이번 도시기본계획에 도심 리모델링 계획을 포함시켰다"고 얘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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