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탓, 실정이지 지역정서가 아니다

입력 2005-10-27 11:49:50

집권당은 어제의 재선거에서 4대 0으로 완패했다. 6개월 전의 23대 0에 이은 완벽한 '완봉패(完封敗)'다. 어디에도 이변은 없었다. 시중(市中)의 얘기로, '진보 꼴통'이 '수구 꼴통'에 완패한 것이다. 승리할 것도 같았던 '대구 동을'에서조차 '초박빙'의 언론 예측은 빗나갔다. 이강철 후보의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바닥 민심은 대(對) 정부 비판 즉 비여'반노(非與'反盧)였다.

우리는 집권당과 청와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성공해야 국민이 배부르고 나라가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을(東乙) 결과를 제발… 부디 바로 읽기를 충고한다. 이강철 후보는 참으로 잘 싸웠다. 오직 지역 공약을 무기 삼고 필마단기로 내려와 44%를 얻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11대 1' 단 한 석이라도 우리당이 먹었으면 하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의 심정도 많은 시민에게 있었다고 우리는 본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패한 것은 바로 내려오는 것조차 거절해야 했던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 그리고 청산과 개혁의 비타협적 외침이 파생시킨 정체성의 혼란'편가르기 같은 '지겨운 갈등'이 주요인이라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자기네들의 '부실 경영'문제는 쏙 빼놓고, 패배의 핑계를 '지역주의'에 자꾸 갖다붙인다면 그야말로 아전인수, 눈감고 코끼리 더듬기일 뿐더러 향후의 재기(再起)조차 기대할 수 없다. 혹여 이 후보는 원망의 마음이 있거들랑 지역 정서를 탓하지 말라. 그보단 청와대에 계신 분을 탓하라.

한나라당도 이번 '동을'에서 마음 졸인 원인을 통찰하라. 유승민이 잘나서, 50 넘은 박근혜가 예뻐서 이긴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현실적인 공약, 여당과 차별화되는 정책대안 없이 나섰다가 이해찬 총리에게 두들겨나 맞는 무능한 '보릿자루들'만으로 "표 달라" "살려 달라" 할 상황은 끝났음을 '이강철'은 보여주었다. '반사이익'은 한계점에 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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