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건축물과 자연재해

입력 2005-10-27 10:12:35

우리 인간들은 비·바람·눈 등의 자연으로부터 피난할 목적으로 주거용 건축물을 만들어 사용하여 왔다. 이러한 주거용 건축물이 대자연의 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붕괴되는 모습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 예로 작년 12월에 발생한 남아시아의 지진해일과, 최근 파키스탄 동북부의 강진 발생으로 말미암아 수십만의 인명이 희생되었고 천문학적인 재산상의 손실을 냈기에 대자연의 위력이 두렵기만 하다.

한반도에서도 삼국사기 등에 '땅이 흔들려서 가옥이 무너지고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진발생의 횟수·강도·시간 등에서 그 피해가 여타 국가에 비하여 적어서 지진안전지대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의 지진발생 횟수는 연평균 43차례나 되었고 더욱이 진도 5.0 이상의 강진이 2003년과 2004년에 한 차례씩 발생하여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축을 수행함에 있어, 지진에 견디어 안전을 확보하는 내진설계 의무규정(6층 이상의 건축물에 한해)이 1988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필자는 우리의 건축물들이 지진에 어느 정도 안전한지 심히 궁금하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없던 1998년 이전에 준공된 6층 이상의 대형건축물이 5만7천여 곳으로 전체의 약 60%라고 밝혀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파키스탄 강진의 피해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고층 건축물만이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국내 6층 이상 건축물의 60%가 지진에 무방비한 건축물도 문제이거니와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5층 이하의 저층 건축물의 안전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 금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3층 이상, 1천㎡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 의무화를 강화한 건축설계 기준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인공위성 등 최첨단 과학 장비를 활용하여 우주의 기원을 찾고, 자연의 대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자연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파키스탄 강진이 일어나기 전 '까마귀 등의 새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동물들이 재해의 예지능력이 뛰어나다'는 믿을 수 없는 보도를 보면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처지가 답답하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고층·대형건축물뿐만 아니라 저층·소형건축물 모두 내진설계 규정을 의무화하도록 강화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강진으로 인한 대참사와 대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력을 총 결집하여 내진건축기술과 첨단과학기술을 접목하여 완벽한 지진대응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영남이공대 건축과 교수 이택운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