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방폐장 유치,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05-10-26 14:36:52

11월 2일은 우리지역 경주, 포항, 영덕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결정짓는 주민투표가 행해지는 날입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금 방폐장유치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간 24조 원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주장하는 방폐장 유치운동의 건너편에서는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반대운동이 있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폐장 유치가 진정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대재앙이라면 24조 원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환경단체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신라 삼국통일에서부터 조선시대 영남사림파,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지역민은 역사의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 자부심과 긍지는 오늘까지도 우리 가슴 속에 숨쉬고 있습니다.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가수 김상희 씨의 '경상도 사나이'라는 노래는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지만 진실되고 성실해서 믿음직하다는 노래인데 그 당시에만 해도 온 국민이 자연스레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1980년 '5'18 광주'를 거치면서 우리 지역민은 '가해자 논란'에 휩싸였고, 현정권 들어 일부로부터 '수구꼴통', '기득권 집단', '개혁저항세력'이란 끊임없는 낙인찍기에 매도당하여 긍지와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더 이상 경상도 총각은 1등 신랑감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출신이 취업에 막연하게나마 우대받는다는 느낌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역사의 주도세력이라는 자부심도 상실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지역의 산업현실은 더욱 어렵습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정부는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경부축(京釜軸)의 산업배치를 진행해 왔습니다. 구미, 포항, 울산, 부산, 창원의 산업단지는 현재까지 전국민을 먹여살리는 효자노릇을 해 왔습니다. 한편 당시 금강, 영산강 유역 서남해안 지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로서 식량생산에 동원되었습니다. 자연히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대전에서 광주까지 호남선 철도가 복선화 되는 데는 40여 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호남사람들은 굼벵이가 기어가는 시간보다 더 걸렸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래 정치'행정지도자가 대대적으로 바뀌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함에 따라 산업개발의 중심축은 경부축이 아니라 서남해안 중심축 이른바 L자형 구도로 바뀐 것입니다. 자연히 농지보존의 당위성이 힘을 잃는 이 시대에는 서남해안 지역이 산업입지에서 월등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중국 교역량 증대,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그 지역민들의 노력으로 인해 서남해안 지역은 이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지역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지도 못하고 우리 자식대에는 경상도 사투리 쓰는 게 부담스럽고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도약의 비전도 마련하지 못하는 동안 산업의 중심축은 서남해안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지역민들은 두눈을 부릅뜨고 우리세대 그리고 우리 후손들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를 먼저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주장합니다. 이제 우리 지역민은 스스로의 살 길을 핏발선 눈으로 찾아야 합니다. 쓰레기더미를 달라고 하는 자존심 상하는 결정이기는 하지만 24조 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예상되는 방폐장이라도 끌어안아 지역경제의 자그마한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방폐장은 암세포'라는 구호는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방폐장은 암세포가 아니라 우리 경상북도의 경제를 회생시킬 '줄기세포'가 될 것으로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동참해 주십시오.

김재원 국회의원 (군위·의성·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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