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진정한 밀라노를 꿈꾸며

입력 2005-10-26 13:56:59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밀라노 프로젝트가 시작 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필자는 이 프로젝트를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직물과 염색 등이 발달된 대구 섬유산업이 기존의 산업구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패션까지 접목이 되었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태리도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제직, 염색, 패션 등 섬유 전 분야가 독일, 프랑스, 영국의 단순 하청생산국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1년 섬유산업법을 제정하여 금융지원과 조세감면을 통한 구조조정정책을 실시하여 제직'염색분야는 15년만에 독일을 능가했고, 패션은 20년만에 프랑스를 앞질러 세계 최고의 섬유선진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태리는 주나 시가 섬유산지의 직업훈련소, 기술연구소, 섬유정보센터 설립 등에 대한 출자 등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민관협력의 CITTA DEGLISTUI(연구도시)가 설립되어 섬유, 의류, 섬유기계 및 섬유화학분야에서 직업교육, 연구개발, 응용연구 및 기술이전 등 공공적 서비스 제공으로 중소 개개 기업의 상품개발력과 품질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 섬유패션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디자인, 마케팅에 바탕을 둔 전문 인력의 육성에 있으며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로 융합된 지식을 갖춘 인재가 산업을 리드해 나갈 것이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산업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여 섬유패션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 섬유패션스쿨은 서울에 프랑스 파리 분교인 ESMOD Seoul, 미국 파슨즈 패션스쿨과 제휴한 SADI, 코오롱에서 설립한 FIK 등이 있으나 모두 정식 학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세계적 섬유산지인 대구가 섬유패션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패션스쿨의 분교 유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지난 9월에 지역 중진 국회의원들과 필자가 만나 분교 유치에 뜻을 같이 했으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센터, 낙동경제포럼이 주축이 돼 분교 설립안을 마련했고 강재섭 의원 등 지역 의원들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분교 유치로 패션산업의 질적 향상, 해외 패션 트랜드 정보 유입 신속화, 패션벤처기업의 탄생, 한국 유학생 억지 효과, 중국'일본 등 해외 유학생 유치로 경제유발효과, 봉무어패럴단지와 연계사업 활성화, 대구시의 패션도시 이미지 및 위상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분교의 특징은 교육프로그램 본교와 동일 편성, 본교 강사진 파견 및 교환학생제 실시, 졸업장 및 학위 본교와 동일 수여, 비즈니스중심의 참여교육 실천 등을 꼽을 수 있다.

분교 유치 대상은 미국의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프랑스의 Institut Francais de la Mode, 영국의 Royal Academy of Art, 한국 유학생이 많은 이태리의 Instituto Artisto del l'Abbigliamento Marangoni, 볼로야 대학원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맞춰 최근 대구를 방문한 이태리의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씨는 이태리가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밀라노의 유명한 패션스쿨이 대구에 유치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지역에서도 이태리 패션디자인전문학교 세콜리(Secoli)분교 설립을 위하여 1998년 12월 한국패션센터 이사장과 교류협력 약정을 체결하였으나 사업추진이 무산된 적이 있다. 자본 등 민간이 추진하기에는 벅찬 사업으로 이번에 추진하는 분교 유치는 중앙정부와 시의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 FIT의 운영예산은 주, 시, 수업료로 3등분되어 있으며 연방정부는 장학금(Student Aid)과 보조금(Grant)을 지원하며 보조금은 약 200만 달러에 이르는데 우리 정부도 캠퍼스 조성, 수업료 보조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 소주시는 공업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건물 등 인프라를 갖추고 MI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 대학원 5개 유치와 학생수 10만 명을 목표로 분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대구가 패션도시로 진정한 밀라노를 꿈꾼다면 국제패션스쿨 분교 유치를 위해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를 때라는 속담의 뜻을 깊이 헤아려 보면서 말이다.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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