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돈먹는 집

입력 2005-10-26 09:01:41

땅값 오르고 고급마감재·조명 투자

'모델하우스는 돈 먹는 하마(?)'

주택업계가 모델하우스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8·31 조치로 분양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모델하우스 고급화 경쟁에 나선 데다 부지난으로 임대료가 치솟고 있기 때문. 업계의 화젯거리는 황금동에 모습을 드러낸 두산 위브 모델하우스.

700여 평 부지 위에 들어선 두산 모델하우스 예산은 임대료와 공사비 등을 합쳐 80여억 원. 4층이지만 일반 건물 7층 규모인데다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실내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한 탓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시행사인 해피하제 양규영 이사는 "최고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이름에 맞게 모델하우스도 국내 최고로 짓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오픈 전이지만 모델하우스 불이 켜지는 야간에는 운전자들이 화려한 외관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모델하우스 설치비가 15억~20억 원대 인 것을 감안하면 4배를 투입한 셈이다.

삼성물산도 이달 초 수성구 구 대동은행 본점 앞에 40억 원을 들여 주택전시관을 건립했다. 심정보 분양소장은 "향후 5년 정도 사용할 계획으로 전시관을 지었으며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 설치돼 있다"며 "수성구에서 첫 분양을 하는 탓에 고급 자재를 사용한 데다 화재가 많은 모델하우스 특성상 불연 자재를 많이 넣어 공사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달말 범어동 단지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던 월드건설도 인근에서 분양하는 삼성과 두산이 모델하우스 고급화 경쟁에 나서면서 지난주부터 분양일을 연기하며 모델하우스 재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업체들이 통행량이 많은 동대구로와 달구벌 대로변에만 모델하우스 부지를 찾는 탓에 임대료도 치솟고 있다. 수성구 지역의 경우 지난해 600여 평 기준으로 보증금 5억 원에 2천~3천만 원선이던 월세가 올 들어 두 배 정도 폭등했으며 요즘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가격'.

서울 모 주택업체는 "지난달부터 부지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위치도 없고 그나마 쓸 만한 곳은 월세를 1억 원씩 부르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나 모델하우스 고급화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모델하우스 고급화에 나서는 업체가 늘겠지만 비용이 20억 늘어나면 가구당 몇 백만 원씩의 분양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며 "일회성 건물에 지나친 돈을 쏟는 것은 소비자나 국가적으로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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