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 패션 너도나도 '어슷비슷'

입력 2005-10-22 08:32:20

'대구 여성은 평균 72점, 대구 남성은 평균 62점'.

지난 17, 18일 백화점 의류 판매 담당자, 대학생, 일반인 등 10∼50대 대구 시민 100명에게 물어 본 패션 점수다. '보통(70점)' 수준인 기준에서 여성은 약간 점수를 더 받아 패션 감각이 조금 좋다는 평을 들었지만, 남성은 보통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여성의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총 응답자의 46%가 '패션 감각이 조금 또는 많이 좋다"고 평가했다. 26%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또 26%는 '패션 감각이 조금 또는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구 여성의 패션에 대한 평가는 외지 남성이 더 후한 편이어서 동성로에 온 울 남성 김현철(28)씨는 "옛날부터 사과로 유명한 대구 여성은 예뻐서 무조건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 남성들은 패션 감각을 기르는데 더 분발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37%가 '대구 남성은 패션 감각이 조금 또는 많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30%는 '보통'이라고 했고, 17%는 '패션 감각이 전혀 없다', 16%는 '패션 감각이 조금 또는 많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패션 감각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 연령층은 20대(81%). 반대로 패션 감각이 가장 없는 연령층으로 60대 이상(42%)이 손꼽혔다. 응답자의 93%가 서울과 대구 시민의 패션 감각이 약간 또는 많이 차이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차이가 6개월 이내라고 보는 경우가 37%, 1년 이상이라고 보는 경우가 32%였다. 대구 남성들이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응답이 57%로 다수를 차지한 반면, 대구 아줌마들이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응답은 61%였다.

응답자의 69%가 '대구 시민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튀는 옷을 잘 못 입고 옷차림이 보수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31%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고 자유분방하게 옷을 입는 대구 시민이 많다고 했다.

'컬러풀 대구'로 이름 붙인 대구 시민의 전반적으로 색상에 대한 감각에 대해서는 66%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19%는 '색상에 대한 감각이 무딘 편', 15%는 '색상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고 했다.

대구 시민이 가장 선호하는 옷 스타일에 대해서는 74%가 '캐주얼류'라고 꼽았다. 14%가 '정장류', 12%가 '스포츠웨어'라고 답했다. 옷을 살 때 충동 구매가 많다는 응답이 65%, 옷을 사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답이 35%를 차지했다. 대구 시민들이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다수인 54%가 '보통'이라 답했고, 25%가 'TPO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21%가 'TPO에 맞춰 옷을 입는 편'이라고 했다.

많은 응답자들은 대구 시민의 패션이 엇비슷하고 획일화돼 개성을 살리지 못 하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비슷한 차림새에 대구 시내에 나가봐도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입니다." "브랜드를 선호하고 고정관념이 뚜렷해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개성에 맞게 색상을 맞춰 옷을 코디해 입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패션 도시 대구 시민에 걸맞게 유행에 민감한 것은 좋은데 '몰개성'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었다.

20대 학생들은 보수적인 성향 가운데서도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평가를 했지만, 젊은 사람들도 브랜드 명품을 선호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는 모습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또 아직 감각이 미숙한 10대 학생들이 어색하게 어른의 패션을 흉내내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10대 학생들의 패션 점수를 낮게 보기도 했다. 40, 50대 이상 남성들 중에서는 "스스로 패션에 신경을 안 쓰는데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엉터리 답하는 게 아니냐"며 꽁무니를 빼기도 했다.

대학생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윤지은(윤 토탈 코디네이션 대표)씨는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행 전파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남들의 유행 따라잡기에 바쁘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코디 능력이 부족해 멋 내기 정도의 폭이 넓지 않다"고 평했다. 하지만 "20대들의 표현력이 강하고 동성로에서 남성들의 옷차림이 오히려 여성의 감각을 능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며 "패션 도시 대구 시민에 걸맞게 개성 있는 연출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할 필요하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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