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찾아서-성주군 '신당 전원 햇빛촌' 변봉기 씨 집

입력 2005-10-22 08:44:06

한국식 텃밭…유럽식 정원 동서양의 만남

고향. 어린 시절 추억이 남아있는 고향은 비록 도시로 떠나있어도 마냥 그리운 대상이다. 도심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풀어놓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가을에 퇴근해 정원 벤치에 앉아 찬 공기를 쐬며 산 너머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좋습니다."

변봉기(50·성주군 사회복지과 위생계장)씨는 고향에 돌아와 사는 마음을 이렇게 소박하게 털어놓는다.

대구 달서구에서 불과 20분 거리. 매일같이 대구에서 성주군청으로 출퇴근하면서도 고향에 보금자리를 틀기까지는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일하느라 바쁜 아내는 두 아들과 함께 대구에 삽니다.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으로 왔지요. 주5일제 근무를 하니 주말이면 제가 대구 집에 가기도 하고 아내가 오기도 합니다."

성주군 선남면 동암동.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신당리'라는 옛 이름을 더 부른다. 그래서 '신당 전원 햇빛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이 지역은 그의 어머니 이태근(76)씨의 고향. 선산이 있고 일가친척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마을 뒤 동산을 깎아 조성한 전원주택단지. 그는 지난 5월 부모님을 모시고 이 곳으로 들어 왔다.

"팔공산 쪽으로도 가봤는데 별장형이 아니고 주거용 전원주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지가 조성돼 있으니 이웃과 서로 의지도 되고 덜 적적해서 좋은 것 같아요."

단지에 들어서 있는 집이 8채. 그런데 집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집 주인의 취향이 엿보이는 듯 하다. 텃밭을 넓게 해 온갖 채소를 심고 정겨운 장독대를 놓아둔 집이 있는가 하면 유럽식 정원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더 치중한 집도 있다.

"철근 콘크리트로 골조를 세우고 그 안팎으로 나무를 붙여 통나무집같이 만들었습니다. 나무 집은 사계절의 습도가 비슷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는 벌레가 많이 생기고 3, 4년에 한 번씩 개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거든요."

지난해 11월부터 이 집을 지은 김진용(은성종합건설 대표)씨의 설명을 들으니 집 구경하는 재미가 더했다. 역시 성주가 고향인 김씨는 변씨의 후배. 그래서 집 짓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단다. 이 집의 특징은 단층집이지만 2층 높이 가까이 천장이 높아 노부모가 살기에 답답하지 않아 좋다. 대지 300평에 건평이 40평. 실내 계단을 올라가면 손님이 묵을 수 있도록 5평 다락방도 만들어 놓았다.

"아파트 가격이 1, 2억 할 때는 전원주택에서 산다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4, 5억씩 하는 것도 있으니 팔아서 반값만 들여도 전원주택에서 살 수 있으니 더 이상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아내 신현숙(47·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가 함께 돈을 버니 이렇게 고향에 돌아와 전원주택에서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변씨. 어버이날 같은 때는 단지에 같이 사는 이웃들과 돈을 모아 마을 어른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고향에 사는 즐거움이 커보였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위)철근 콘크리트로 골조를 세우고 안팎으로 나무를 붙인 변봉기씨 집. (아래)텃밭을 가꾸는 일은 노부부의 좋은 소일거리다. 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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