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정치·경제 갈등구조 발전적으로 풀자

입력 2005-10-19 11:32:06

최근 들어 정치와 경제의 갈등구조가 표면화되고 있어 기업인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갈등구조는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갈등구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정치와 경제의 논리가 서로 대립되는 이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해결해나가는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먼저 이러한 갈등구조가 발생하는 배경을 살펴보면, 먼저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은 미래의 기대이익에 관심이 있는 반면에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획득할 투표의 수에 모든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치인들은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 계층이나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소외된 자, 또는 가난한 자의 편에 서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정책을 결정할 때 경제논리에는 상충하더라도 정치논리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기업활동의 논리는 투표권을 가진 사람의 수의 논리가 아닌 시장시스템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시스템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의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것을 말한다. 즉, 시장은 "각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의 이윤 동기에 의해 경제활동을 하면 사회전체의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잘 운영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시장시스템에 개입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쟁관계는 승부가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과 같이 장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경쟁과정이 간단치 않다. 그러나 정치는 상황이 다르다. 즉, 정치는 선거에서 단 1%라도 많은 쪽이 승자로서 모든 것을 취하는 반면 그 반대자는 모든 것을 잃는 패자가 된다. 그리고 승자는 정해진 임기 동안 '보이는 손'(Visible Hand)으로 권력을 행사할 특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와 경제가 충돌하는 배경은 통치영역과 사업영역의 차이에서도 발생한다. 정치는 국가라는 범위내에 대부분의 통치의 영향이 미치나 기업은 특정 단일 국가의 소속이 아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소유구조는 물론 공장의 위치, 부품의 조달지역, 고객, 임직원 등에서 이미 지구촌으로 확대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태생적으로 만들어진 국적이나 본사의 위치 때문에 그 국가의 통제를 받기를 꺼리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정권은 자국민이 통치의 대상이나 기업은 전세계의 고객이 항상 관심 대상이다.

세 번째로 한 정권의 수명은 5년에서 10년 정도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명에서도 기업이 훨씬 긴 경우가 많다.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생산기지를 정할 때 10년 앞을 내다보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정부와 기업 간의 협조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초래될 수 있다.

네 번째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은 궁극적으로 장기적 이익추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지역적으로 세계적인 시장을 겨냥한다. 반면 정부는 정권의 유지 및 재창출이나 소득의 균등한 재분배에 관심이 많다. 한 정권이 정치적인 차원에서 기업에게 요구하는 규제나 활동 감시는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국가에 있는 경쟁회사에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와 경제가 서로 갈등을 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기업가들의 부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면이 있다. 정치와 경제는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이유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지라도 서로 화합하여 발전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경우에만 국가 간의 부국 경쟁을 승리로 이끌어낼 수 있다. 기업이 열심히 뛰는 나라는 미래에 더러 쓰라린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뛰지 않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국가의 부는 열정적인 기업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뿐이다.

김신섭 국제통신(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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