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입력 2005-10-15 09:08:40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김욱 지음 / 개마고원 펴냄

2004년은 '헌법의 해'였다.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 헌법소원···. 우리 헌정사에 있어 지난해처럼 헌법정신과 관련된 헌법학적 법리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었던 적은 없었다.

헌법은 나라의 기본법이라고 해도 일상에 쫓긴 사람들이 법조문을 독경하듯 읽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조문들, 그렇다고 대중들을 위한 친절한 헌법 관련 서적도 많지 않았다. 저자는 "현재의 헌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는지를 생각한다면 그 대중적 무관심은 부당하다"며 헌법학자로서 자신의 전공영역이 대중들의 독서목록에서 거의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억울해 한다.

헌법조문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수없이 많은 법률들을 이 추상적 문구로 이루어진 불과 130조의 헌법조문으로써 그 정당함을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 때문에 헌법정신은 기계적 법리를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해석을 둘러싼 끊임없는 투쟁 과정 속에서 발현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적인 굵직 굵직한 사안에서 결혼피로연의 음식접대 시간문제, 애주가들이 원하는 소주를 선택할 권리문제 등에서도 우리 사회가 운용되는 핵심적 원리와 기준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헌법학적으로 특별한 한해였던 2004년을 계기로 그 이전 '그 순간 대한민국을 바꾸어버린' 헌법적 사건들을 쫓는다. 헌재가 내린 18건의 주요 헌법 판결을 통해 사건이 청구된 배경과 당시의 사회적 상황, 그리고 판결 결과가 개인과 사회와 국가에 미친 영향과 그 의의를 찬찬히 풀어낸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어왔는지,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인권과 공정성 실현의 수준에서 어느 만큼의 진전을 이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저자는 "일상을 바꾸는 힘이 만들어지는 것은 헌법재판이지만 그 힘의 원천은 평범한 민중들의 의식과 힘,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헌법적 경험들이 현재완료형의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는 헌법적 사안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열정이 올바른 법리를 세우고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디딤돌이 된다 사실을 전하고 있다. 300쪽, 1만원.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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