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찾아서-양산시 원동면 내포리 조순선씨 집

입력 2005-10-15 08:58:06

도심에 찌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생명의 근원인 자연. 하지만 그 자연 속에서 살려는 인간의 욕심으로 전원주택을 화려하게 치장해 오히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경우를 적잖게 보게 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집을 지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전원의 삶. 경남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 조순선(49)씨의 집은 진정한 의미의 전원주택이란 어떤 것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대구에서 차를 달려 1시간 30분 거리. 물 맑은 계곡과 수려한 산세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니 예쁜 돌집이 눈에 들어왔다. 토곡산(해발 855m) 중턱. 파란 하늘에 점점이 흘러가는 흰 구름이 바로 손에 잡힐 듯한 심심산골에 자리한 전원주택이다.

"우연히 산을 오르다가 집으로 쌓아올린 돌이 너무 아름다워서 발길을 들여놓은 게 인연이 됐어요. 정성스런 사람의 손때가 묻은 집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부산 동항중학교 미술교사인 조씨는 아마도 이 집을 지은 홍병철(50)씨와 전생에 큰 인연이 있었을 듯 싶다고 했다.

버섯을 재배하며 산 속으로 들어온 지 27년 된 홍씨가 움막살이를 하며 고집스레 6년 간 지은 집. 혼자서 산에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와 나무들을 실어 와 거실, 주방 등을 갖춘 30평 집 한 채를 짓는데 4년, 바로 옆 15평 집을 짓는데 2년이 걸렸다. 작은 집은 아들 중빈(19)군과 함께 지어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집을 반듯반듯하게 정형화된 모습으로 지어달라고 하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못 합니다. 집을 짓는 것도 마음의 수양인데 땅이 생긴 대로 자연의 기운에 맞춰 집을 지어야지요."

무작정 돌멩이를 쌓은 게 아니라 마치 예술작품을 보듯 집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한 모습이 지은 이의 정성과 숨결을 느끼게 한다. 벽면을 이루는 희고 붉고 푸르스름한 돌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모습. 돌들을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도 생긴 대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대나무를 깔고 흙과 나무를 얹어 슬레트를 깐 뒤 돌을 올린 지붕까지 정성스럽기 그지없다.

돌로 쌓은 벽 두께가 70∼90㎝. 여름·겨울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쾌적하고 돌 틈으로 미세하게 공기가 돌아 냄새가 나지 않는 돌집은 흙의 결정체인 돌에 자연의 기운이 함축돼 있으니 당연히 사람의 몸에도 좋을 수밖에 없다. 집 내벽 돌 틈을 메운 석회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벌레를 방지하고 천연 소재여서 건강에도 이롭다. 콘크리트 철근을 엮어 미술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 집 대문에 재미나게 얹혀 있는 농구링 모양의 우편함, 갤러리 문의 운치를 더하는 거북·물고기 장식은 홍씨 부자의 예술적 취향을 엿보게 한다.

"봄이 되면 정원에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설유화와 배, 앵두, 돌복숭아, 매화나무 등에서 온갖 꽃이 피어 너무 아름다워요."

꽃이 좋아 꽃꽂이를 배웠고 집 정원에 피는 꽃들을 소재로 수채화를 그리는 조씨는 내년 4월 예쁜 꽃이 필 때 자신의 작품들로 갤러리 개관전을 열 계획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작은 규모라도 자신이 직접 키운 허브, 야생화와 갤러리가 있는 예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조씨.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덤으로 건강까지 챙기며 호젓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에게 아무 욕심없이 보금자리를 넘기고 사람이 안 다니는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지게 지고 돌멩이를 나르며 자신의 새 집을 짓고 있는 홍씨. "산짐승은 사람이 오면 도망가야지요."

인연은 있나 보다. 자연이 숨쉬는 집에서 웃음짓는 조씨나 미련 없이 떠나 새 집을 짓는 고생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홍씨나 행복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위로부터)돌과 나무로 6년 간 지은 조순선 씨 집. 돌집은 기후 변화에 관계없이 쾌적하고 건강에 이롭다. (두번째)미술작품 같은 집 대문. 농구림 우편함이 재미있다. (세번째)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거실 유리 밖 풍경은 아름답다. (맨 아래)집 내벽 돌 틈을 석회로 메워 고급스럽고 건강에 좋은 작업실. 정재호 편집위원 jg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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