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노벨문학상

입력 2005-10-14 11:46:17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 시즌이다. 이 상은 1901년에 제정된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문학상'평화상, 1969년 신설된 경제학상 등 모두 6개 부문이다. 그 중에서도 노벨문학상은 이 상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해마다 이 상의 수상 결정을 전후해서 지구촌의 언론들은 아름다운 긴장과 흥분으로 일렁이며,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물질문명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꺼져갈 듯 반짝이며 잠깐 축제의 불꽃을 피워올리기 때문이다.

◇ 하지만 노벨상은 여전히 구미(歐美) 열강의 몫인 것 같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의 문인들이 역대 수상자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유색인종이나 제3세계에 주어지게 된 지도 오래지 않다. 올해도 시리아 출신 레바논 시인 알리 아마드 사이드 아도니스, 체코 출신 밀란 쿤데라,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 우리나라 시인 고은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됐다지만 결국 열강국에 돌아가고 말았다.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해럴드 핀터(75)가 선정됐다. 한림원은 '잡담으로 가득한 일상에 허우적대는 현대인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파헤친 작가'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도 '티타임의 정사' 등이 연극 무대에 자주 올랐으며, '방' '생일파티' '배신' 등이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 꼽힌다.

◇ 참신한 대사와 비상한 발상으로 사뮈엘 베케트에 비유되곤 하는 그는 부조리극을 통해 영국 현대 연극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기도 했다. 독일의 셰익스피어상 등 유럽의 굵직한 상을 휩쓸었지만,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요 후보로는 거론조차 안 되던 작가다. 수상 소식에 그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매우 흥분된다"거나 "압도됐다"고 한 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 우리도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문학적 토양을 다져 왔다. 이미 몇 차례 우리 작가'시인들도 이 상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올해도 시인 고은 외에 소설가 황석영도 후보로 떠올랐으나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번역 등의 한계 극복은 풀어가야 할 과제다. 하지만 세계적 맥락에서 보다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치열한 정신을 가진 문학' 창출, 그런 사회적 분위기 만들기가 더 큰 문제가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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