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틴 마케팅 뜬다

입력 2005-10-14 09:14:54

'어른같은 아이' 10~12세 주타깃

최근 어린이들이 유통업계 주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초교 4~6학년 어린이, 일명 '프리틴'(Pre-teen) 세대가 매출 중심으로 자리잡은 것. 이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부모의 경제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틴' 또는 '로틴'(Low-teen)이란 10세를 갓 넘어선 어린이들로 풍부한 영양 덕분에 신체 발육이 빨라져 조숙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주체적인 소비성향을 보이는 세대. 인터넷·TV 등 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에 익숙해 유행에 민감하고,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등 성인들과 라이프 스타일마저 비슷해지고 있다. 때문에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 성인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해 이들 프리틴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라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부모 지갑을 가장 쉽게 열게 만드는 신소비 집단인 프리틴을 겨냥한 상품은 의류뿐 아니라 신발, 악세사리, 전자제품 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프리틴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역시 '의류'. 교복을 입는 중·고생과 달리 '프리틴'은 사복을 입기 때문에 의류 브랜드의 주타깃이 되고 있다. 아동복은 유치해서 입기 싫고 성인복은 사이즈 때문에 선택 폭이 좁다. 때문에 이미 게스·리바이스·폴로 등 고가 브랜드부터 베이직하우스·지오다노·더데이 등 중저가 브랜드까지 프리틴 전용매장을 속속 오픈하고 있다. 어른을 흉내내려는 프리틴 심리에 맞춰 성인 캐주얼 의류와 거의 같은 디자인과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프리틴 매장의 특징이다.

롯데 대구점은 최근 매장 개편을 통해 아동복 중심이던 아동매장에 '주니어 시티'라는 프리틴 전용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메조 피아노', '엔젤 블루', '데이지 앤 러버스'라는 신규 브랜드도 입점시켰다. 이들 브랜드는 니삭스, 핸드백, 니트 가디건, 미니스커트, 부츠 등 최근 여성 트렌드를 반영한 발랄하고 깜찍하면서도 성숙미까지 가미한 의상들로 꾸며져 있다.

'주니어 시티' 이나순 샵매니저는 "한창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 어린이들이 주 고객층"이라며 "좋아하는 스타나 패션잡지 사진을 가져와서 비슷한 스타일의 의류나 액세서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본점 및 프라자점도 아동의류 코너에서 리바이스 키즈, 게스 키즈, 폴로 보이즈, 마루 아이, 빈폴 키즈, 필라 키즈, 피에르 가르뎅 등 대표적인 프리틴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보통 성인 브랜드의 70~80%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돼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하지만 고급스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하나 뿐인 자녀'라는 생각에 많이 찾는다고 했다. 특히 대백프라자는 7층 아동의류 매장 개편을 통해 블루테일, 바비스타일 등 프리틴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를 새로 오픈했다. 대백프라점 아동의류 류지완 주임은 "캔키즈, 블루독 등 2~4세 토들러 시장을 형성했던 이들이 10~13세로 자라면서 프리틴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의류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프리틴을 타깃으로 하는 의류매장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아 수성점의 경우 5층 아동·스포츠매장에만 프리틴 관련 브랜드가 20여개 입점해 있을 정도. 수성점 아동의류 담당 장성권 계장은 "최근 프리틴을 겨냥한 성인 브랜드들의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다"면서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매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엔 프리틴 제품들이 성인 캐주얼과 디자인은 거의 같으면서 세탁하기 쉽고 가격도 20~30% 가량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비교적 날씬한 체형의 20~30대 초반 젊은 여성 고객들이 프리틴 의류를 구매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피스나 바지는 무리가 있지만 티셔츠나 남방의 경우 '시즌 오프' 등 행사가 들어가면 큰 사이즈 옷은 조기 품절될 정도라고.

의류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색조 화장품 세트, MP3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등도 '프리틴'의 관심을 끄는 영역. 롯데의 경우 '프리틴' 문화가 보편화된 일본에서 프리틴 전문 화장품 브랜드를 수입, 전국 점포에서 대대적으로 런칭할 계획이다. 휴대폰과 MP3 제품도 프리틴 세대에겐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환주기도 20대에 버금갈 정도로 빠른 것이 특징. 특히 백화점 세일 기간을 이용한 학생층 구매가 많고, 어학용을 겸비한 MP3와 카메라 기능을 가진 휴대폰의 인기가 높다.

롯데 아동매장 도상우 파트 매니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10세 전후 어린이의 심리가 구매활동으로 표현되면서 경기침체 속에도 '프리틴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며 "대구의 경우 보수적 성향 때문에 프리틴 붐이 다른 지역보다 늦은 편이지만 유통업계에서 마케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어 점차 신흥 소비세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