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떤 작품 선보이나

입력 2005-10-13 14:59:11

발품 파는 만큼 커지는 즐거움

봉산문화거리 600m 구간 속속이 널린 갤러리마다 다양한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들이 알알이 박혔다. 한 바퀴 죽 돌고 나면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라도 모자랄 정도. 봉산문화거리로 미술품 순례를 떠나보자.

오랜만에, 혹은 처음 대구를 찾는 작가들의 전시회가 많다. 그 중 동원화랑의 '김성희전'이 눈에 띈다. 최근 파리, 미국 등 해외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는 김씨가 오랜만에 고향 대구를 찾았다. '행복한 날' 시리즈가 선보인다. 김씨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풍경들, 우리들의 생활모습을 통해서 '행복이란 항상 가까이 있는 것'임을 설파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저절로 행복이란 감정이 달려나올 것만 같다. '가을동화' 등 KBS 드라마를 유심히 본 관람객이라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을 수도 있을 듯. '날치기 그림' 작업은 절대 하지 않으며 하루 10시간씩 꼬박 매달려 완성한 작품들을 "그저 느끼는 대로 봐달라"고 작가는 주문한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서민의 삶을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표현한 화가 박수근의 장녀 박인숙씨도 봉산미술제를 찾는다. 중앙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인숙 초대전'이다. 박씨의 작품은 아버지의 그림을 많이 닮았다. 아이 업은 엄마, 온순한 소, 시골길 등 토속적인 소재가 화폭 위에서 묵직한 질감 속에 단순한 외곽선으로 표현돼 있다. 박씨에 따르면 "아버지의 그림보다 더 동화적"이라는 작품 10여 점이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다.

"구상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작가 '구자동 작품전'도 갤러리소헌에서 열린다. 리얼리즘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5년간 최고 수준의 작가들과 견줄 정도로 기량을 갈고 닦아 온 구씨의 작품 20점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은 잔잔하고 섬세하게 표현된 화면 속에서 특유의 안정감과 조화가 돋보이며 포근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 같은 그림 속에 살아 있는 장미, 백합, 복숭아 등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예송갤러리 '조융일 서양화초대전'은 온통 소나무 천지다. 조씨가 그려낸 소나무 작품들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머금으며 아름다움을 속에 품고 있다.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레 느껴진다. 조씨가 쉼없이 찾아낸 어느 이름없는 산골의 편안한 자연의 세계가 펼쳐진다.

봉성갤러리는 미술제 기간 동안 '그림 백화점'이 된다. 지하 80평, 2층 50평/35평 공간 전부가 작가 16명의 작품 160여 점으로 가득 찬다. 부스마다 차려진 그림들은 구상·비구상, 동양·서양화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하다. 동심의 세계가 느껴지는 한창현의 '시 같은 그림', 평화로운 시골길을 담은 김옥경·조홍근의 수묵담채화,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비구상적이기도 한 안창표의 그림 등이 가득하다.

특색 있는 전시회도 찾아볼 수 있다. 봉산갤러리에는 신태훈, 이병호의 원목 가구 30여 점이 전시된다. 전통공예 기법을 따르면서도 현대 주거공간에 맞는 실용성도 갖춘 공예품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림촌갤러리 '이태형전'은 고가구를 캔버스 삼아 화려한 색채감각을 뽐내는 이태형씨의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대림당갤러리는 행서에 현대적인 감각이 가미된 '조미숙'의 서예작품, 갤러리G는 한지가 지니고 있는 부드러움과 결을 살려낸 '방해련'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송아당화랑에선 '김영대'가 콘테와 파스텔로 그려낸 풍만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전시하고, 수화랑은 원로 작가 '김한/성백주'의 인생 경험에서 오는 깊은 맛이 느껴지는 작품을 전시한다. 석갤러리에선 작가 4명의 다양한 작품이, 서라벌갤러리에선 '이미란전'이 열린다.

젊은 작가들의 소품을 보고 싶다면 신미갤러리로 찾아가면 된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 33점이 전시된다.

회화 작품이 아닌 조각전시회도 준비돼 있다. 민갤러리에선 한국 조각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용환의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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