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에는 은퇴가 없다-(20.끝)연재를 마무리하며

입력 2005-10-13 11:42:08

지난 8월 1일부터 시작한 연재를 이제 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필력이 부족함을 알기에 글쓰기가 늘 부담스럽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랬다. 그렇지만 나를 키워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행복했고, 지난 세월동안 넘어온 고갯마루들을 돌아보며 빛바랜 사진 속의 동료들을 추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번 연재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리고는 '앞으로 뭐 할 거냐'는 질문도 어김없이 한다. 그 말 속에는 어떤 바람들이 담겨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지난 10년보다 남은 10개월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모범답안을 내밀어 그들의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민선 초기보다 요즘이 더 바쁘다고 느낄 정도니 괜한 말치레는 아니다. 그러나 새벽에 산책을 하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문득 문득 내년 여름 산격동을 떠난 후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솔직히 45년 동안 줄곧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공무원이 아닌 다른 내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가벼운 흥분마저 느끼게 한다. 다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봉사해야겠다는 마음만은 오래전부터 먹고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인생에는 은퇴가 없지 않은가.

이런 나의 생각은 어려움에 처한 도민들의 고단한 손을 잡으며,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읽으며 조금씩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특히 2001년 경산에서 해비타트 사랑의 집을 지을 때 함께 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편안한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나는 가끔 영주나 봉화 등지의 고가옥에서 유숙(留宿)하곤 한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강풀 소리와 선비들의 손때 묻은 나무기둥에서 배어나오는 향내 속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재충전된 느낌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경북의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는 눈부신 하이테크 문명의 발달로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지만, '소외'와 '파괴'가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작용을 치유하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이터치, 즉 사랑·감성·봉사의 가치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퇴계 선생의 인본주의가 살아있고 찬란한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 경북은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살 만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경북, 미래의 희망을 밝혀 나갈 경북인.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늘 자랑스럽다. 정제되지 않은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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