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 형태 싫어" 학교 소풍 "우린 체험 행사로"

입력 2005-10-11 09:33:59

문화유적 탐방·직업 체험 등 대체 학교 급증

공원이나 산, 계곡 등을 찾던 단체 야유회 형태의 학교 소풍이 확 달라지고 있다. 직업체험, 문화유적 탐방, 문화인물 탐구, 전통문화 체험 등 소풍 대신 체험행사를 하는 학교들이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

경북여자정보고는 7일 45학급 학생 1천575명이 메이크업 실습, 미술전시회 관람, 스케이트, 볼링, 등산 등의 체험행사를 가졌다. 소풍의 내용과 장소를 각 학급이 자율적으로 결정, 하루 때우기식 야유회가 아닌 소중한 학습과 추억의 장이 됐다는 평가를 학생들로부터 받았다.

2학년 6반 학생 35명은 이날 달서구 대구공업대 호텔조리영양학부 조리실습장으로 '소풍'을 갔다. 5명씩 7개 조로 나눠 요리 체험에 도전한 것.

"볶음팬에 단단한 순으로 야채를 넣어 함께 볶습니다. 미리 볶아 둔 쇠고기, 베이컨에 토마토 페이스트, 다진 마늘을 넣고 물을 부어 주세요." 도우미로 나선 류재수 교수의 조리 설명을 듣고 학생들은 요리체험에 나섰다. 냄비와 국자를 든 모양새가 어색했지만 조금 뒤 요리의 색깔과 향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장 권은미(18)양은 "체험행사로 요리를 선택하길 잘 했다"며 "늘 똑같은 소풍에 질렸지만 오늘 만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즐거워했다.

요리에 어설픈 학생들이 만든 스파게티 맛은 어떨까. 약간 짠 듯 한데 이아름(18)양은 너무 맛있다고 했다. "정말 끝내주네요. 이렇게 맛있는 스파게티 드셔 보셨어요." 학생들은 서로 서로 직접 만든 요리가 맛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최보민(18)양은 음식을 담은 접시의 가장자리에 녹색 파슬리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요리는 창의력이죠. 어떻게 하면 더 맛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나까요." 과학을 가르치는 담임 이영미(41·여) 교사는 요리를 좋아해 책까지 낸 별난(?) 선생님. 책 제목은 '요리로 만나는 과학교과서.' 지난 해 6월 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 반 학생들이 소풍 장소로 요리 체험을 선택한 것도 이 교사의 영향이 컸다. "학생들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뿌듯해요. 앞으로도 토요일 오후나 시험이 끝나는 날엔 체험 나들이를 할겁니다." 이날 만큼은 요리를 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공부에 찌든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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