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을 빛낸 인물들

입력 2005-10-10 16:04:50

고령의 현재 인구는 3만5천여 명. 한 때 5만 명을 웃돌았으나 경북 농촌지역 여러 시군이 그러하듯 군세가 쇠퇴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고령 사람'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고령에선 한때 우곡면 속리가 유명했다. 최운지(崔雲芝·78) 전 의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최재호(崔在護·71) 전 대법관, 최재삼(崔在三·68) 전 해양경찰청장, 최재욱(崔在旭·65) 전 환경부 장관 등 ′쟁쟁한′ 인물들이 동시에 활동해서다. 50여 호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 입법·사법·경찰에서 골고루 인물을 내기가 쉽지 않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최재호 대법관은 대법원장 경쟁에서 이회창 전 대법원장에 밀렸고, 최재삼 전 해양경찰청장도 경찰청장 문턱에서 주저앉아 현직을 떠났다. 이들 모두 사실상 사회활동을 접은 상태이다.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의 외아들 효종(曉鍾·31) 씨는 서울 공대를 나와 뒤늦게 사법고시에 합격, 최근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서울에 법률사무소를 냈다.

정경식(鄭京植·68) 전 헌법재판관(법무법인 김신유 고문변호사)은 덕곡면이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을 지낸 그는 지난 1992년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김영삼 후보 지원을 위해 초원복집에 모였을 때 참석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시절인 1999년 군필가산점 위헌 판결과 'TV 수신료를 KBS가 결정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란 판결의 주심을 맡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5·18 내란음모죄'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고령은 인구가 같은 선거구였던 달성, 성주에 비해 적은 까닭에 김종기(金鍾基·64) 전 의원 이후 지역구 의원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17대부터는 고령, 성주를 합쳐도 같은 선거구인 칠곡보다 유권자 수가 적어 정치를 꿈꾸는 신인들이 감히 지역구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형편이다.

'고령 사람'들은 이런 소수의 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에서 단결은 비교적 잘되는 편이다. 고령향우회의 중심에 재력가인 이상달(李相達·68) 회장이 있어서다. 기흥컨트리클럽 정강건설 건설종합중기(주) 등 6개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이 회장은 물심 양면으로 향우회를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나서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특히 언론에 자신이 오르내리는 데엔 관심이 없다. 지인들에 따르면 최근 모 주간지가 일방적으로 이 회장을 인터뷰, 사진과 함께 기사가 크게 실렸으나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거친 우병우(禹柄宇·38)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이 사위이고, 역시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이득홍(李得洪·43) 수원지검 특수부장이 조카사위다.

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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