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통혁명…'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입력 2005-10-10 10:46:44

지하철 2호선 교통 혁명이 초읽기(D-8)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2호선을 이용하려는 대구 시민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고 2호선을 낀 공단, 대학, 아파트들은 교통혁명이 몰고올 시너지 효과에 한껏 들떠있다. 하지만 아직도 숙제는 남았다. 2호선 교통혁명은 버스 준공영제와 연계할 때 그 빛을 제대로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혁명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직장인들과 대학생 등의 교통수단 대체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시간대(러시 아워)에도 교통 체증 없이 정시 도착이 가능하고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자가용 출퇴근에 따른 연료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방식의 연계수단이 동원되는 등 대중교통 풍속도에 새로운 모습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입사 2년차 직장인 양정환(29·우방타워랜드 홍보팀) 씨는 지하철 2호선 개통에 맞춰 자가용에서 지하철로 출퇴근 교통 수단을 바꾼다.

집↔계명대역 3분, 계명대역↔두류역 12분, 두류역↔회사 5분. 넉넉 잡아 계산해도 지하철 출퇴근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하지만 교통체증을 감안한 자가용 출퇴근 시간은 30분 이상이다. 외근이 잦은 직장 탓에 한 달 기름값만 25만~30만 원을 넘나들지만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외근 땐 100만 원짜리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한 달 교통비도 5만~10만 원으로 준다.

성서산업단지 관리공단에 근무하는 김명종 대리는 버스와 지하철, 자전거를 연계한 출퇴근 방식을 고민 중이다. 대구 북구 동변동에서 공단까지 출퇴근 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리는데다 기름값도 매달 25만 원 안팎에 이르기 때문.

수성구 범어동에서 성서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이진용(26·삼화포장) 씨는 자가용에서 지하철로 교통수단을 갈아 버릴 예정이다. 범어동에서 공단까지는 체증이 심하면 자가용으로도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지만 범어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성서공단역까지 단 19분 만에 도착하고 매달 20만~30만 원에 이르는 기름값은 5만 원 안팎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대구지하철건설본부는 지하철 2호선으로 인한 교통편익 효과는 앞으로 30년간 8조1천607억 원(연 평균 2천7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호선 개통에 따른 승객 증가분(29만 명)을 반영하면 차량 운행비(5천722억 원), 통행시간(1조4천814억 원), 교통사고(1천122억 원), 환경비용(2천306억 원) 절감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욕심 나는 젊은 인재들은 회사는 괜찮은데 교통이 안 따라줘 곤란하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지하철 교통혁명으로 사정이 달라지면 인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성서공단 내 한국OSG 이한우 이사)

"2호선이 개통하면 수성구 등 대구 동부 학생들도 30분 내에 통학이 가능해 신입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이진우 계명대 총장)

"대실, 다사 2개역이 통과하는 달성군 다사읍에는 다사 전체(3만1천 가구)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만2천 가구가 입주합니다. 지하철 교통혁명이 없었다면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이곳에 과연 누가 들어오려고 했겠습니까."(다사읍사무소 관계자)

일반 시민들 못지 않게 지하철 교통혁명을 반긴 건 2호선 역들을 낀 공단, 대학가, 아파트들이었다. 이곡, 성서공단, 계명대 3개역이 통과하는 성서공단은 전체 2천400개 업체에 공단 근로자만 5만1천 명.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에 따르면 노선 개편과 함께 공단 내 지선버스가 운행돼 2호선 3개역에 모두 정거장이 들어선다.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를 위한 '지하철대학'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 계명대는 2호선 개통부터 내년 2월까지 주중 내내 펼치는 지하철 홍보행사에 미술, 음악, 공연예술대학을 비롯해 문화인력콘텐츠 인력사업단, 공과대학, 체육대학, 패션대학 등이 총출동한다. 2호선 연장을 확정한 경산 14개 대학들은 우선 현재 종점 사월역을 중심으로 스쿨버스 노선개편에 돌입할 계획.

2호선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상복합 및 아파트는 5만~6만 가구. 4개 역에 7곳 4천500가구가 입주하는 중구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증가할 전망이다. 시는 지하철 개통 후 버스노선 개편을 통해 지산, 범물 단지 지선 버스 정거장과 만촌, 수성구청, 범어 3개역을 연계하는 등 기존 아파트들의 2호선 접근성까지 높여 줄 계획이다.

◇교통 혁명의 숙제

지하철과 연계하는 새 노선 개편안과 무료 환승요금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는 이상 2호선 교통혁명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구 버스업계는 지하철 연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성서~시지 구간은 대구 버스업체들의 황금 노선으로 2호선 중복도가 12.6%에 이르러 1호선(8%) 보다 훨씬 높다는 것. 당장 2호선이 개통하면 준공영제 전까지 업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버스 업계의 타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버스 노선체계가 바뀌어도 2호선 중복도가 3% 감소하는 데 불과할 뿐 아니라 교통카드 시스템을 통합해 환승 요금까지 무료화하면 버스 수익금은 지난해와 비교해 650억~70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 측은 "준공영제 체제로 전환해 연간 450~500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00억 원은 운송원가 절감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버스업계는 "원가 절감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와 업계가 수익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지하철, 버스 연계는 파업과 같은 극단적 방법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교통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1일 대구보다 앞서 환승요금 체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은 초반의 우려를 딛고 버스 승객은 9.1%, 지하철 승객은 1.1% 증가해 대중교통체계의 윈-윈 효과를 거둔 바 있다"며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버스준공영제가 얼마나 철저하게 짜여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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