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족의 사회, 히피에서 폐인까지

입력 2005-10-08 13:26:22

이동연 지음/ 책세상 펴냄

얼마 전 MBC의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펑크 밴드 '카우치'의 알몸 노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이후 한국 인디문화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홍대문화, 나아가 청년문화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어떠했는가.

음란과 퇴폐의 온상 그리고 정화가 필요한 향락의 전진 기지라는 식의 지탄 일색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청년문화는 정녕 퇴폐와 향락의 대명사일 뿐인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문화이론과 예술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이동연(40)이 지은 책 '문화부족의 사회, 히피에서 폐인까지'(책세상)가 그 해답에 접근하고 있다.

히피와 보보스 등의 문화부족들, 프리타(freeta)에서 몸짱과 폐인 등 소비시대를 영위하는 새로운 주체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이같이 다양한 청년문화에 대한 포괄적 분석을 토대로 이러한 시각이 기존 사고의 틀이나 통념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문화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적시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이론적 분석 및 구축 작업과 병행해 문화연대를 비롯한 현장 활동을 통해 청년문화와의 소통을 모색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개별적인 문화현상을 관통하는 용어로 '문화부족'을 제안한다.

문화부족은 공통의 문화적 취향과 지향점을 가진 주체들이다. 저자는 엄지족, 블로거 등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문화부족에 대한 고찰이 청년문화를 이해하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낸 시대의 감수성과 사회적 토대를 독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또한 소비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문화로서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세대별, 계급별로 분열된 여러 사회주체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문화부족을 통해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상호 배척이 아닌 소통을 향한 시발점이자 우리 스스로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화부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을까. 저자는 서구 사회의 청년 문화부족의 계보를 살핌으로써 이 물음에 답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청년문화는 특정한 사회 현상이나 사건을 통해 기성 세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재단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온 나라를 붉은빛으로 물들였던 붉은악마의 거리 응원을 추진한 주체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구호 속에는 비단 청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온 국민이 존재했다.

청년문화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향유하는 주체는 청년이지만, 청년문화에는 시대의 온전한 모습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항, 일탈, 퇴폐가 아닌 자유, 소통, 대안이 청년문화의 실체이자 시대를 향유하는 문화부족의 참모습이라고 한다.

세대와 계급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 서로에게 진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표할 때 청년문화는, 그리고 문화부족은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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