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루이제 린저와 달라이 라마의 아름다운 만남

입력 2005-10-08 13:28:26

루이제 린저 지음/황금물고기 펴냄

이 책은 루이제 린저가 1994년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와 일주일 동안 나눈 대담을 기초로 쓰여졌다.

지은이 린저는 2차대전 중 반나치 운동을 펼치다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전쟁이 끝나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였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가 중국의 침공을 받아 합병되자 1959년 인도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망명정부를 이끌며 티베트 독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마음 속에 '증오'가 싹텄을 정도의 시련을 겪은 두 사람이지만 대담 내용은 '인류의 평화와 공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라이 라마가 생각하는 '절대 평화를 이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복수를 포기하고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으면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네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때 '우리'가 생겨나고 이런 '공감'을 통해서만 우리는 평화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중국과) 싸울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또 싸워야만 하더라도 전쟁은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린저는 이를 두고 "진정한 힘을 담고 있는, 창조적인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인간의, 인류의 선함에 대한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세계 평화라는 집을 지을 수 있다"고 과감히 주장한다.

'공감'을 익히기 위해 달라이 라마는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보라고 얘기한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상대는 내 입장으로 옮겨오라"고 말한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깨닫기 위해서이다. 남의 고통과 슬픔을 '내 것'으로 감싸 안을 때 기쁨이 샘솟기 때문이다.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철저한 비폭력을 강조하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은 "우리 안에 있는 적 말고는 적이라고는 없다"는 것. 그래서 '나 자신'부터 평화를 위한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삼라만상을 사랑하겠다'는 매일매일의 기도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린저는 달라이 라마의 이 가르침에서 다시 한번 '세계 평화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격려에 용기를 얻는다.

린저는 2002년 생을 마감했지만, 달라이 라마와 나눈 대담의 기록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공존'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207쪽, 9천500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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