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체포' 김은성 전 국정원차장 혐의 뭔가

입력 2005-10-07 09:59:45

度넘은 불법감청 장기간 주도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6일 전격 체포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은 부하직원에게 감청장비를 이용한 불법도청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계획적·전방위적 불법감청 지시"=체포영장에 적시된 죄목은 불법감청을 지시한 부분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장기간 불법감청에 관여했고, 지시에 해당하는 독려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합법감청을 하면서 일부 '끼워넣기식' 불법감청을 한 정도가 아니었다"며 체포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김씨가 국정원 불법감청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혐의가 포착돼 신병을 확보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씨가 부하직원들이 불법감청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소극적으로 보고받고 묵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계획적이고 주도적으로 불법감청을 지휘한 증거가 검찰에 확보됐다는 얘기다.

이런 점으로 미뤄 검찰은 김씨가 부하직원들에게 정치인 등 구체적인 감청대상까지 지목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또 김씨가 국내 담당 2차장 부임(2000년 4월) 초기를 제외하고는 퇴임시점(2001년 11월)까지 불법감청에 관여했고,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인 R-2와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 등을 사용하는 데 모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국정원 2차장직에서 물러난 뒤 약 4개월 후인 2002년 3월 'R-2'(1998.5~2002.3 사용)와 '카스'(1999.12~2001.4 사용) 등 감청장비가 전량 폐기된 데는 감청장비를 신고토록 한 관련 법 개정 외에도 김씨 재직 시절 불법감청이 '도'를 넘어섰다는 국정원내 자각도 한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김씨의 후임인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을 4일 불러 조사한 뒤 귀가시킨 것도 국민의 정부 시절 김씨 재임기간에 불법감청이 가장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를 둘러싸고 제기된 도청정보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범죄사실에 들어있지 않다"고 밝혀 이 부분 조사는 앞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임을 내비쳤다.

◇김은성씨 누구인가=김씨는 1971년 중앙정보부에 공채로 입사,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명칭이 바뀌는 동안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대전지부장과 정보학교 교수 등을 지낸 뒤 DJ정부 들어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에 발탁된 데 이어 2000년 4월 고 엄익준 전 차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을 맡았다.

김씨는 이번 사건에 앞서 2001년 12월 검찰의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 때 진씨에게서 5천만 원을 받고 진씨 구명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는 2000년 8월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을 통해 당시 검찰의 내사를 받던 진씨에게서 5천만 원을 받은 뒤 진씨가 검찰 수사망을 피해 도피 중일 때 진씨를 만나 수사상황을 알려주는 등 뒤를 봐준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또 국정원내 실세로 군림하던 2차장 시절 심복인 정성홍 과장의 비위사실에 대해 감찰실이 강도 높은 감찰활동을 벌이자 정씨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감찰실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민주당 실세 정치인들과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정보보고를 했다는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직위를 남용, 국정원 정보를 개인적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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