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근관 증후군 들어 봤나요?

입력 2005-10-06 14:51:45

52세 중년 여성인 K씨는 약 5개월 전부터 양쪽 손이 저리고 아픈 증상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엄지손가락 힘이 약해져서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주변에서 혈액순환장애라는 얘기를 듣고 약도 복용해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고 물리치료나 민간요법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K씨와 같은 손저림증은 중년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병을 키우는 일이 흔하다. 손저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저릿저릿하다. 따끔거린다.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다. 화끈거린다. 시린다' 등 다양하게 증상을 표현한다. 손이 마취된 것 같이 느껴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장시간 손을 사용해 반복적인 일을 할 때 발생하기 쉬운 손저림증이 나타나면 일단 '수근관(손목굴)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근관 증후군과 진단법

수근관 증후군은 정중신경이 인대에 눌려 생기는 병이다. 손목을 해부학적으로 들여다 보면 정중신경은 손가락으로 가는 많은 인대와 함께 수근관을 지나고 있다. 이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수근관을 지나는 인대들이 붓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게 되어 쪼그리고 오래 앉아 있을 때 다리가 저린 것과 같은 증상이 손가락에도 나타나게 된다.

수근관 증후군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이 저린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저린 것이 심해지면서 통증으로 변해 결국 손아귀 힘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 30~60세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며 임신중 나타나는 현상은 분만 후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밤에 저린 현상이 심해질 때 손을 털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엄지에서부터 3개의 손가락이 저리고 새끼손가락은 괜찮은 것이 특징이어서 자가 진단이 용이하다. 손목의 정중신경 부위를 톡톡 치면 손가락 끝에 전기가 찌릿찌릿하게 오는 경우가 많으며 손이 저린 부위의 감각이 다른 부위보다 둔하다. 손목을 굽힌 상태에서 약 30초에서 1분 정도 경과하면 손가락 끝이 저려오게 된다. 수근관 증후군이 의심되면 신경전도 검사 및 근전도 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다.

■최근 내시경 수술법 도입

초기단계에선 손목에 부목을 대고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저린 것이 좋아지고 밤에 아픈 것도 줄어든다. 소염제는 진통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B-6도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직업과 관계된 경우에는 손목 사용 양상을 바꾸거나 작업을 바꿔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가벼운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스테로이드 호르몬 주사 요법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수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일반적인 수술방법으로 손바닥을 4~5㎝ 절개하는 직접 수술이 많이 이용되었지만 수술 후 약 4주간 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다. 또 수술 후 저리고 아픈 통증은 곧 호전되지만 수술 부위의 통증은 수개월간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며 수술 뒤 흉터도 많이 남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방법이 도입되어 여러 가지로 편해졌다. 내시경 수술은 우선 국소정맥 마취 하에서 손목 안쪽 손목을 굽힐 때 생기는 가장 큰 주름선 위쪽 1.5㎝ 정도 되는 위치에서 손바닥을 안쪽으로 굽힐 때 튀어나오는 굵은 인대의 바로 안쪽 옆에 0.3㎝ 정도 절개를 한다. 이어서 3번째 손가락과 4번째 손가락 사이의 방향으로 손목 안쪽의 가장 큰 주름선에서 약 4㎝ 떨어진 지점에 0.3㎝ 정도 절개를 한 뒤 약 0.3㎝ 굵기의 내시경관을 신경과 손가락 인대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관통시켜 내시경을 넣어 내부를 관찰하면서 미세한 칼로 정중신경을 누르고 있는 인대만을 선택적으로 절개, 눌린 정중신경을 풀어준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한 경우에는 실제 수술 시간이 10분 정도로 매우 짧아 수술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고 수술 상처가 작아 입원 없이 수술 당일 귀가가 가능하므로 의료비용이 절감되며 손의 흉터도 거의 없고 수술 뒤 수술부위의 통증이 아주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술 뒤 일상생활로 복귀가 빨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김인수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내시경 수술 장면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