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체제 출범 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사법부 과거사 청산이 여권의 재심특별법 추진 돌출로 논란이 커졌다. 사법부가 박정희 정권 유신 시절부터 5공까지 시국'공안 사건에 국한해 판결 수집에 착수하면서 과거사 청산은 재심이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즉 사법부가 대표적 과거사 청산 대상으로 꼽는 진보당 사건(1958), 인혁당 재건위 사건(1975) 등은 재심을 통해 피해 구제 및 명예 회복의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재심 청구 사유를 매우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 또한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사실상 관철이 어렵다는 게 특별법의 도입 취지다. 말하자면 특정 사건에 한해 재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길을 열어 놓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별법은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반대론이 만만찮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만드는 특별법은 결국 정치권 논리를 수용하는 셈이란 주장이다. 또한 과거사 청산 대상들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사법부의 불행한 역사이듯, 특별법 제정은 '새로운 과거사'를 낳을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재심특별법은 정치권이 추진 중인 과거사 정리의 합법화 도구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아무리 타당성을 갖는 과거사 정리라 할지라도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당하고 법적 안정성이 흔들려서는 정당한 명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 작업이 정치적 풍향을 타는지, 시류에 영합하는 것인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터다. 이 대법원장의 취임 이전 이력을 문제 삼아 현 정권과의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사실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를 큰틀에서 보면 현 정치 상황의 흐름과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사법부가 편향성에 빠지거나 일관성을 잃으면 국민적 신뢰와 권위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할 건 자명한 이치다.
사법부의 아픈 자기성찰은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불가피했고 실정법과 양심에 따랐다 하더라도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판결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 정리는 사법의 정의를 위해 불가피하겠지만 어떤 경우도 사법적 분별력은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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