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빈 점포'가 늘어난다

입력 2005-10-03 09:39:07

도심 빌딩 사무실 30%~40% 비어

대구 동성로 국민은행 대구본점 인근 1층 건물에는 점포 3개가 3년째 셔터가 내려져 있다. 매매를 알리는 안내문도 없이 각종 뮤지컬, 콘서트 홍보물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부근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한 아주머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점포세'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주인이 세놓을 의욕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관계기사 3면

4년전 밀리오레 5층에 점포를 열었던 김모(60)는 6개월전 장사를 접었다. '입점만 하면 대박이다'는 얘기만 듣고 점포 2곳을 1억 원에 분양받았지만 임대료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김씨는 "점포가 비다보니 자꾸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결국 보증금을 날릴 정도로 적자에 허덕였다"며 "점포정리를 했지만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월 임대료는 계속 내야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시내 곳곳에 빈 점포·사무실이 즐비하다. 시민들이 가장 붐비는 동성로에 빈 점포가 100곳을 넘어섰고 밀리오레, 엑슨밀라노 등 중심가의 대형 쇼핑몰에도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지하상가, 재래시장, 아파트 상가 등에는 '임대' 푯말을 붙인 곳이 셀수 없을 정도로 많고 중심가의 빌딩 사무실도 30, 40%이상 비어있다.

상인들은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상권이 반월당 쪽으로 이동하고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꼭 그렇지만 않은 듯 하다. 2호선 개통을 10여일 앞두고도 반월당 지하상가(메트로센터) 403곳중 입점률이 40%에 채 미치지 못한다. 봉산동의 메트로프라자와 두류동의 두류1번가는 현재 10여개의 상점만 입점했을 정도로 썰렁하다. 옷가게를 하는 김민성(43)씨는 "점포 숫자가 너무 많고 경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탓에 상인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오랜 불경기에다 인터넷 쇼핑몰, TV홈쇼핑, 부도심의 대형소매점 등 소매유통환경 변화로 인해 손님을 빼앗긴 탓이지만 점포공급 과잉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대구에 해마다 쇼핑몰·아울렛 등에 수백개의 점포가 무더기로 생겨나 영세업자를 울리고 있다.

갤러리존 조영재(36)대표는 "개발업자들이 분양논리로 점포만 늘리고 이익금만 챙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고, 소문 등에 이끌린 영세업자들이 입점했다가 큰 손해만 본 채 장사를 접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2,3년안에 동성로에 모두 6개의 대형 쇼핑몰·상가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상인들의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산격동 유통단지, 지하철 2호선 상가 등 무분별한 공공개발을 계속해온데다 봉무동의 패션어패럴밸리까지 계획하는 등 점포 수를 늘리는데 일조를 했다는 지적이다.

곳곳의 빈 점포들은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와 주름진 대구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기획탐사팀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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