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국제레슬링계

입력 2005-10-03 07:54:11

'관중은 웃고 코칭스태프는 울고'

개정된 경기 규칙이 적용된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가 3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리면서 국제레슬링계가 고민에 빠졌다.

개정된 경기 규칙은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고 종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큰 기술이 나오면서 관중을 열광시켰지만 그 만큼 경기 결과에 대한 변수도 많아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레슬링 지도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그레코로만형이었다.

그레코로만형은 개정된 경기 규칙에 따라 1라운드 2분 중 1분은 스탠딩 자세에서 경기를 하고 나머지 1분은 30초로 나눠 동전 던지기 뒤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파테르 자세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

파테르 자세에서는 공격자가 상대 선수의 허리를 완전히 잡은 뒤 공격을 하게 돼 가로들기에 이은 안아 던지기 등 호쾌한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관중은 레슬링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에 이은 파테르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나게 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1분간의 스탠딩 자세에서 힘을 뺄 필요가 없게 됐고 이에 따라 업어치기 등의 서있는 상태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힘을 얻지 못하게 됐다.

축구경기를 예로 든다면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90분 경기는 의미가 없어지고 동점 상황에서 진행되는 승부차기만이 남게 됐다는 것이 지도자들의 지적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지켜 본 안대현 성신양회 감독은 "개정된 경기 규칙은 맨몸으로 정정당당히 싸웠던 레슬링 본연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파테르의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경기 규칙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레슬링인들의 불만이 있지만 그레코로만형의 올림픽 퇴출설까지 나돌고 있는 가운데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경기 규칙을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경기 규칙 개정이 보다 흥미있는 경기를 원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레슬링이 세계적인 스포츠 지위를 유지하려면 좋은 심판과 함께 관중에 흥미를 끌 수 있는 호쾌한 장면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FILA가 레슬링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와 올림픽에서의 생존 사이에서 어떠한 합의점을 찾아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