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최근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을 주도한 영국의 주 테헤란 대사관이 현지 대학생들의 기습점거를 당할 뻔했다고 B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테헤란 대학생 수백 명은 이날 영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반영(反英)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대사관 깃발을 내리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에 나서 대학생들의 대사관 진입은 무산됐다.
독일 dpa통신은 학생과 진압 경찰관 여러 명이 부상하고, 몇몇 학생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BBC는 대사관 건물의 유리창이 학생들이 던진 돌에 맞아 깨졌지만 부상한 대사관 직원이 있는 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약 200명의 학생들은 경찰 개입으로 대사관 진입시도가 무산된 뒤 해산하지 않고 영국대사관 앞에서 1시간여 동안 대사관 폐쇄와 영국 대사 추방을 촉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생들은 영국 대사관을 '첩보의 소굴'이라고 부르며 폐쇄를 요구했다.
대학생들은 당초 이슬람 학생조직인 바시지가 조직한 IAEA 결의안 규탄 시위에 참가한 뒤 영국대사관 앞까지 평화적으로 행진했다가 돌발적으로 폭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살해 의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는 테헤란시 경찰청장이 직접 나와 작전을 지휘했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학생들이 핵 에너지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 권리를 주장하고 IAEA 결의안을 압제로 규정하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IRNA는 그러나 경찰이 영국대사관 주변을 봉쇄하고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을 뿐 구체적인 충돌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대학생들의 영국 대사관 앞 시위는 이슬람 혁명 후인 1979년 11월 시작된 주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농성을 연상시키고 있다.
혁명을 지지한 이란 대학생들은 당시 팔레비 왕정을 비호해 온 미국에 대한 반발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왕을 신병치료 명분을 내세워 받아들이자 미 대사관 점거농성에 들어갔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학생지도자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한 이 농성은 444일 간 지속돼 이란과 미국이 단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란은 이 사건 이후 미 대사관 건물에 '첩보의 소굴'이란 이름을 붙였으며, 미국이 철수한 후 지금까지 혁명수비대가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란에는 미국의 외교시설이 없어 미국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영국에 대한 반발감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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