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없는 국감 외친지 1년만에…술취한 법사위

입력 2005-09-26 11:01:38

'술자리 폭언 논란'으로 국회 법사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감 때만 해도 피감기관과 밥과 술자리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관행화하다시피 한 피감기관의 술자리 접대를 없애자는 의원들 결의가 의연했기 때문. 당시 의원들은 외부 국감을 가서도 국감장 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임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일일이 점심·저녁값을 지불해 시빗거리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

이는 국회 법사위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검에 대한 국감이 끝난 후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검찰 측이 마련한 저녁자리도 마다하고, 구내식당에서 의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도록 했던 것.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꼭 1년 만에 공염불이 됐다. 특히 지난해까지 피감기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법사위 의원들이 검사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밤늦게까지 계속하고, 폭언 논란까지 낳았다는 점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개혁마인드를 강조하면서 야당의원들과 차별성을 내세우던 여당 의원 5명도 이날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밝혀져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 강도를 더하고 있다.

술자리 파문이 있은 다음날 최연희 위원장은 마산교도소 국감에서 "우리는 구내식당 식사를 원칙으로 한다"며 마산교도소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한 뒤 다음 국감장으로 이동했다. 전날 대구에서의 술자리 파문을 까맣게 모른 채 위원장만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강조한 셈이다.

피감기관 중 유독 대구지검에서 이 같은 일이 빈발한 데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문제가 된 술자리가 지난해에는 형태만 변형된 채 대구지검 구내식당에서도 있었던 것. 당시 검찰 측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의원들을 상대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최 위원장이 만류했지만 허사였다는 것.

법사위에서 피감기관과 자주 술자리 문제가 빚어지는 데 대해 한 의원은 "법사위원은 피감기관 사람들과 친구, 선후배 사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문제의 술자리 역시 대구지검과 지법 출신인 주성영·주호영 의원이 법사위원으로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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