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열풍이 계속되면서 서점가에 각종 논술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명작이나 전래 동화 등의 일반 서적들조차 '논술 대비'라는 타이틀을 새롭게 달았고, 아동용 글쓰기 교재와 자녀 논술 교육을 위한 학부모서도 수백 권에 이를 정도.
책이 쏟아지다 보니 서점을 찾는 학부모들의 눈길도 자연스레 그쪽을 향할 수밖에 없다. '논술 교육은 미리미리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풍조가 널리 퍼지다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심지어는 유치원생들까지도 '논술 대비'라고 큼직하게 적힌 동화책을 들고 앉아있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논술 교육법일까? 내 아이의 올바른 논술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알아봤다.
△곳곳에 논술
교보문고 3층 아동서 코너. 곳곳에 '논술'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대표적이 것이 '초등 논술 대비'라고 소제목을 붙인 아동용 동화책들. '생각하는 사과나무 (단숨에 읽는 10분 동화)', '팔랑팔랑 생각이 날아다니는 10분 동화' 등과 같이 짤막한 이야기 뒤에 간단한 '생각해 볼 거리' 몇 개를 제시하고 있는 형태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예전부터 판매되던 명작 동화에도 '논술'을 덧씌웠다. 일반 동화책과 다를 바 없지만 책의 마지막에 몇 쪽의 생각해 볼 문제를 싣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 책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간단한 단답형 문제에서부터 책의 주제에 대한 질문, 독서감상화 그리기 등 아이들이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논술·독후감·일기 쓰기를 돕는 안내서도 쏟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논술·독후감·일기쓰기' 분야의 신간은 50여 권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두 배가 넘는 100권 이상의 책이 새롭게 선보인 것. 교보문고 대구지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똑같은 세계 명작, 전래동화 책이라도 '논술'이라는 수식어를 단 것이 더 잘 팔리는 추세"라며 "자녀 지도를 위한 학부모서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해로워
전문가들은 지나친 선행 글쓰기 교육이나 문제 중심의 책읽기는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감퇴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술이 강조되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기존의 암기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아이들을 옥죄는 것이다. 배선윤 글쓰기 심리 연구소 '마음 열림' 소장은 "'논술 대비'라며 문제가 첨가된 책의 경우 아이들의 생각을 질문 속에만 가둬놓을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자신만의 자율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만 책을 문제로 접하다 보면 책에서 던지는 질문과 그 답만 그대로 수용할 우려가 높다는 것. 심후섭 대구교육청 장학관(아동문학가)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의 조잡한 문제들과 유형화한 답에 길들여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일찍 논술교육에 매달리는 것도 좋지 않다. 배 소장은 "만 10세까지는 아이들이 제멋대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며 "이 시기에 무리하게 독서·논술 교육에 매달리면 오히려 독이 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논술 교육 어떻게
논술이 강조되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걱정 때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논술'을 염두에 두게 하거나 학원에 보내 글쓰기 기술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감성이 풍부한 아이,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 소장은 "'해가 뜨는 소리를 표현해 보라'고 했을 때 어른들처럼 '희망의 소리'라고 답하는 아이가 아니라 '늦잠을 깨우는 우울한 소리', '학교 가서 즐겁게 놀다 오라는 엄마의 소리' 등으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논술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책 읽기는 감동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가 글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됐을 때 누가 묻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 감동과 교훈을 일반화시켜 말과 글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생각과 표현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 책을 선택할 때는 따뜻한 감동이 있는 책,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들에게는 전래동화가 유익하다.
심 장학관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히 읽고 듣고 말하기가 선행돼야 한다"며 "무리하게 아이에게 논술 관련 사교육에 매달리기보다는 엄마가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왜'라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좋은 논술 교육법"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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