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출구'만 찾았을뿐…

입력 2005-09-20 16:48:17

이번 6자회담 타결은 또 다른 협상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6개국도 공동 성명에서 이날 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고 5차 회담을 11월 초순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로 했다.

2단계에 걸쳐 총 20일에 걸친 제4차 6자회담이, 회담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 내용을 담은 '출구'를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그 출구를 찾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론을 바탕으로 그에 뒤따를 각론에 대한 협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목표와 원칙을 정하는 데 3년 가까이 걸렸다는 점은 이른바 '시퀀스'(Sequence·순서배열) 문제를 다루는 협상 역시 적지 않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함을 시사한다. 더욱이 협상의 형태는 훨씬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6자 틀이 당분간 유지되면서 그 큰 줄기에서 가지를 쳐 나가는 다양한 협상 트랙이 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퀀스 협상은 종전 6자 틀 내에서 이뤄지고,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문제는 양자 협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합의대로 별도 포럼을 통해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이번 공동성명 가운데 일부 애매한 내용이나 언급하지 않은 부분은 향후 시퀀스 협상에서 논란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예컨대 경수로 문제 논의 시점을 '적당한 시기'로 얼버무린 것은 향후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을 놓고 견해차를 보일 수 있다.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및 IAEA(국제원자력기구) 체제에 다시 들어간다는 대목과 호응한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북한이 복귀할 수 있는 시기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데다 북한이 경수로 논의를 빨리 시작하자고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애초 미국이 주장하던 핵 폐기(dismantle)가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인 포기(abandon)로 된 것도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평화체제를 논의할 별도 포럼도 어느 나라가 구성원으로 들어갈지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평화체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정전협정의 실제 당사자가 중국, 북한, 미국 등 3자인데다 북한이 과거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당사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제네바합의의 산물인 신포 경수로의 미래에 대해 적시되지 않은 것도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신포경수로의 대안으로 우리 측이 내세운 '중대 제안'이 합의에 포함된 만큼 북한이 우회적으로 신포경수로 건설의 완전 중단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완공 요구는 아니어도 현장의 원상복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번 공동성명에 대한 각국 여론의 반응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론은 협상의 득실을 따지게 될 테고 그 과정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강해진다면 향후 협상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수로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던 미국 내 네오콘의 반응이 관심거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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