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의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제4차 6자회담이 19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터진 제2차 북한 핵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의 시발점이 마련되었다. 실로 추석 연휴 말에 우리 민족이 받은 최고의 선물보따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2003년 2월 출범과 동시에 (1) 북한의 핵 불용, (2)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3) 대한민국의 적극적 역할을 북한 핵문제 해결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번에 합의된 6개항 중 제1항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명문화하여 북한의 핵 불용이라는 제1원칙의 의미를 명확히 했고, 6개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될 경우 한반도의 핵 위기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므로 제2원칙을 준수한 것이다.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북한에 2백만㎾의 전력을 지원하겠다는 이른바 '중대제안'을 함으로써 회담의 재개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고, 회담 결렬의 위기에서 중국과 함께 적극적 중재를 통해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제3원칙을 지켰다는 것도 명백하다. 이같이 이번 6자회담 타결과정에서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말마따나 북한 핵문제 해결의 3대 원칙이 모두 제대로 관철되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의 3대 원칙을 이번 합의의 이행과정에서도 그대로 준수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북한 핵은 우리의 안보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므로 북한의 핵 불용이라는 원칙은 절대 훼손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적극적 역할이라는 원칙은 많은 경비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2백만㎾ 전력제공에 필요한 2조 원 외에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옹호한 우리가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경수로 건설비의 상당부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 등이 그 예다. 우리가 상당한 경비부담을 해야 할 경우 당연히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면 대한민국의 적극적 역할이라는 원칙은 고수해야 하지만,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은 이제부터는 신축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번 합의는 '주고받기'의 기본 방향을 설정한 '말대 말'의 합의다. 선물보따리를 풀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라는 선물을 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5차 회담을 비롯한 '주고받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추후의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북한에 더 큰 혜택을 약속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등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 '주기'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관련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적극적 대북제재를 모색해야 한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 속에 위협을 당연히 포함시킬 수 있다. 이번 6자회담의 극적 타결이 가능했던 이유도 우리 정부가 북한을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위협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평화적 해결이 정녕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식에 의한 해결을 모색해야만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3대 원칙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북한의 핵 불용이며, 이와 모순될 때는 당연히 다른 두 원칙을 희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일정한 명분 및 실리와 교환하여 핵을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단을 정말로 내렸다면 참여정부의 북핵문제 해결의 3대 원칙은 그대로 유효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정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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