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秋夕 차례

입력 2005-09-16 11:53:32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예로부터 뜻 깊은 으뜸 명절이다. 황금물결 넘실대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그 결실의 기쁨을 조상들에게 고하고 기꺼워하며, 친족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특별한 날이다.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사회적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공동체적 유대를 다지는 의미도 더해졌다. 비록 좁은 땅이지만 귀성 인파 수천만이 온 국토를 누비는 '민족 대이동'이 어김없이 일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타향에서 부평초처럼 떠돌다가도 이날만은 누구나 고향을 찾게 마련이다. 정성껏 빚은 송편과 과일 등을 차려 조상에게 감사드리는 차례는 외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미풍양속이다. 우리는 통과의례 음식과 명절 음식에는 가문의 번성과 발복(發福)이 달려 있다고 믿어 왔다. 축제와 제사의 의미를 겸비한 차례 때의 음식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그 풍속도도 점차 달라지는 추세다.

◇ 한 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78%가 차례를 지내고, 기일엔 79%가 제사를 모신다. 간소화하더라도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고, 아들 집에 모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 자식이 제사를 지내주리라고 보는 사람은 46%에 불과하다. 또 72%가 그 전통이 유지돼야 한다고 보지만, 그렇게 지켜질 걸로 기대하는 경우는 절반 미만이다.

◇ 앞으로는 딸이 제사를 모시는 등 그 전통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인'장모나 친정 부모 제사를 모실 생각이 있는 사람이 51%로 절반 수준이다. 그런 가운데 세대별로는 입장 차이가 크다. 50대 이상은 34%만 그럴 생각이 있고, 40대는 45%, 30대는 57%이며, 20대는 무려 73%나 된다. 아들 딸 구별 없이 모셔야 한다는 입장도 50대 이상 29%, 40대 46%, 30대 48%이며, 20대는 62%다.

◇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성균관(成均館)도 이젠 차례와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주부의 부담을 덜어 줄 것도 권하고 있다. 가톨릭계도 조상에 대한 예의로 해석하며 인정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 축복의 날에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은 이어져야 하며, 가족 사랑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고운 마음씨'도 따라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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