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78) 할머니는 올 초 노인정을 찾아온 낯선 사람들의 말만 믿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건강에 좋은 약을 파는데 구경만 해도 사은품을 준다는 말을 듣고 따라나섰다가 덜컥 수십만 원짜리 가짜 건강보조식품을 사버린 것.
경산시 사동의 한 식당 2층에 사무실을 차린 장모(46)씨는 '김일성 주치의'로 근무하다 탈북했다는 박모(46)씨를 내세워 노인들을 속였다. 박씨의 능란한 화술에 선뜻 지갑을 연 노인들은 무려 400여명으로 피해액만도 4천만 원에 이르렀다.
농촌지역 노인들의 쌈짓돈 주머니가 교묘한 사기꾼들의 상술에 새고 있다. 가짜 건강보조식품 판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최근에는 신종 수법까지 잇따라 등장, 노인들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점술가 행세를 하면서 노인들을 속여 8차례에 걸쳐 3천300만 원을 가로챈 조모(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수백만 원을 넣은 양말을 쌀자루 안에 보관하고 사흘간 기도해야 한다고 속인 뒤 양말을 바꿔치기했다는 것.
또 김제경찰서는 지난 16일 길 가는 노인들에게 배달 심부름을 해주면 수고비를 주겠다며 접근, 보증금 명목으로 지니고 있는 귀금속을 맡기라고 속여 1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양모(67)씨 등 3명을 구속했다.앞서 순창경찰서는 화투기술을 보여준 뒤 판돈을 대면 도박판에서 두배로 따주겠다고 속여 1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이모(65)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밖에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라고 속여 기초생활수급 대상 홀몸노인들의 지원금을 챙겨 달아나거나 일제강점기 징용피해 보상을 받게 해준다며 서류비용 명목의 금품을 가로채는 수법도 등장했다.지난해 11월에는 영덕에서 건강보조식품행사장에 다녀오던 승합차가 추락해 차에 타고 있던 할머니 20여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처럼 노인 상대 사기가 줄어들지않고 있는 것은 노인들이 세상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지는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쉽게 눈 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규모로 열리는 건강보조식품판매행사에서는 이틀 정도 공짜 경품을 준 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면 대부분이 물건을 구입하고 옆사람이 사면 따라서 충동구매를 많이 한다는 것.
경북경찰청 이갑수 수사2계장은 "지난해 말부터 집중단속하면서 가짜 건강보조식품 판매는 줄어들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신종 사기수법이 늘고 있다"며 "경로당, 반상회 등을 통해 사기수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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