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만 확충…개발은 '오리무중'
수성못이 다음달로 탄생 80주년을 맞는다.일제강점기 때 저수지로 조성된 수성못은 1960~80년대 대구를 상징하는 유원지로 각광받아오다 현재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인접한 유원지구가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고 상당수 사유지가 방치되는 등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수성못 일대는 개발의 숙제를 안고 있다.
◇저수지에서 유원지, 그리고 쉼터로
수성못은 지난 1925년 10월 한 일본인이 당시 총독부 지원을 받아 1년 만에 완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못 둘레 2㎞, 6만6천 평 면적에 7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수성못은 당시 수성들판의 젖줄이었고 대구 제1의 관광지였다. 수문관리원으로 일했다는 최삼덕(69)씨는 "수성못 '뽀드' 한 번 타는 게 소원이었고 못 주변 버드나무 아래서 꽹과리를 치며 노는 사람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현재의 수성못 일대 모습은 지난 1983년 동대구로와 연결되는 유원지 진입로 확장공사를 거쳐 도시근린 유원지로 개발되면서부터. 수성못 일대가 유원지로 고시된 때는 1965년, 꼭 40년 전이다. 배 몇 대와 간단한 탈것으로 시작한 유원지는 현재 135대의 오리배와 유기시설이 들어서 손님을 맞고 있다. 수성랜드 관계자는 "10년 전 우방타워랜드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성못은 현재 농업기반공사 소유로 돼 있으나 대구시가 매년 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박규찬 담당은 "저수지 기능을 잃어 지난 93년부터 시가 연차적으로 매입, 시유지가 40%에 달한다"며 "조속한 매각을 원하지만 시 재정상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수지 기능 상실과 유원지 방문객 급감에 따라 한동안 침체됐던 수성못은 지난 2002년 지산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면서 녹지공간을 새 단장, 주민쉼터로 재도약하고 있다.
현재 이곳을 찾는 주민들은 월 평균 6만여 명. 1일 2천여 명에서 많게는 6천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새벽 조깅이나 저녁 산책, 심야 운동을 즐기고 각종 연주, 공연 등 문화행사가 이어져 '레저파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2만평 방치, 개발방향 고민
수성유원지 일대는 일단 외견상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왕복 8차로로 넓어진 두산로가 다음달 완공예정인 것을 비롯, 대구시는 오는 2007년까지 동아맨션 앞~수성못네거리(990m) 수성못길 구간을 현재 폭 10m(왕복 2차로)에서 20m(왕복 4차로)로 넓히고 중동네거리~수성못네거리 수성로 구간(1천700m)도 2008년까지 20m(왕복 4차로)에서 30m(왕복 6차로)로 확장할 계획이다.
주변 도로사정은 나아졌지만 정작 유원지 내 개발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방문객 급감에 따라 놀이시설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다 3만 평 부지 중 2만여 평이 텃밭과 풀밭, 야적장으로 방치돼 있다. 한때 18종에 달했던 놀이시설은 외환위기 이후 12종으로 줄었고 시설도 크게 낡았다.
대구시가 지난 90년 이 일대를 유기시설, 수영장, 일반음식점, 광장 등으로 시설 지정했지만 사업성이 없어 개발은 요원한 실정이다. 수성랜드 서동발 사장은 "3만 평 땅에 지주만 60여 명"이라며 "지주 대부분이 타지에 살기 때문에 논의조차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구시가 이 일대를 유기시설에서 식당, 체육시설로 풀어주지 않는 한 투자자도 나서지 않고 형편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청은 이 일대를 관광특화단지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성못둑 폭을 현재 4m에서 7~8m로 넓히고 음악 분수를 새로 설치하는 등 들안길과 연계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확충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일대가 사유지이다 보니 공공부문이 주체가 된 개발은 한계가 있고 유기시설지구 지정도 풀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변 도로사정이나 편의시설을 확충해 개발·투자 유인책을 만들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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