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고스톱·윷놀이 건강학

입력 2005-09-15 15:18:39

윷놀이는 삼국시대부터 전해오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공동체 놀이다. 인원수가 많을 때는 두 패 또는 세 패로 편을 나눌 수 있었던 까닭에 마을 사람 전체가 놀이에 참여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고스톱이 윷놀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한국사람 셋만 모이면 판이 벌어진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고스톱은 민족 최대의 오락으로 자리 잡았다.

윷놀이와 고스톱은 건강이란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차이가 많다. 윷가락을 던지는 윷놀이는 여러 가지 신체활동을 동반하는 놀이다. 앞선 상대편 말을 따라잡거나 윷이나 모가 나와 다시 윷가락을 던질 기회가 오면 같은 편에 있는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춘다. 윷놀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줄 뿐 아니라 전신의 움직임을 통해 관절의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유익한 놀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스톱은 다르다. 고스톱을 치는 세 사람은 바닥에 가부좌를 하고 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앉아 있어야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면 허리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사람의 허리는 걷거나 달릴 때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스프링처럼 S자 모양을 하고 있다. 허리는 약 25~35도 정도 곡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허리뼈인 추체 사이에는 충격흡수장치인 디스크가 있다. 장시간 바닥에 앉아 허리를 굽히고 있으면 허리 곡선이 사라지고 디스크가 척추뼈 뒤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면 디스크 탈출증과 요통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스톱을 치다 일어나면 허리를 잘 펼수 없는 것도 척추 뒤쪽으로 몰린 디스크가 허리 펴는 동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부좌는 무릎에도 무리를 준다. 가부좌를 하면 무릎의 뚜껑인 슬개골과 대퇴골 사이에 압력이 높아진다. 평소 무릎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어깨 통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투를 판에 낼 때 어깨 위로 손을 올린 다음 힘껏 내리친다. 공을 힘껏 뿌리는 야구의 투구동작과 비슷하다. 어깨관절은 팔뼈(상완골), 날개뼈(견갑골), 인대, 관절낭, 어깨를 돌릴 때 사용되는 회전근, 견갑골 근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대와 회전근은 팔의 상완골이 어깨 관절에서 빠지지 않도록 밀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회전근이 약하거나 견갑골의 위치가 바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손을 어깨 위로 올릴 때 어깨 관절에 충돌이 생기거나, 어깨를 휘두를 때 팔이 빠져나가는 것을 잡아주지 못해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그러면 관절낭이나 회전근에 염증이 생기며 심하면 근육이 찢어져 어깨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고스톱으로 인한 요통과 어깨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놀이 중간 중간에 자주 일어서 허리를 펴줘야 하며 과도한 어깨 동작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번 추석에는 고스톱 대신 온가족이 함께 윷놀이를 하면 어떨까.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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