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문화재를 방치해 뒀던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내용을 확대한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경주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이 고려시대에 한 차례 보수됐으며 일부 판독결과 석가탑의 본래 이름이 '(불)국사 무구광정탑'(國寺无垢光淨塔)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중수기(重修記) 발견 소식이 전해진 14일 오전, 많은 경주의 문화재 관계자들은 "손도 안댄 탑에서 뭐가 나왔다는 말이냐?"며 아연해 했다.
그럴 것이 석가탑을 해체 복원한 것이 1966년이고 그 이후 표나게 손댄 적이 없기 때문. 첫 발표 이후 한 시간쯤 뒤 1966년에 발견했던 것이 이제야 부분 해석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허탈해 했다. 이날 중앙박물관 측은 "이 중수기는 1966년 석가탑 해체 수리 시 탑내에서 발견된 일괄 유물 가운데 하나로 '묵서지편'(墨書紙片)이란 명칭으로 공개된 바 있고, 1997년 보존처리에 들어가 현재 110여 쪽 분량으로 분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주지역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한 관계자는 "폭탄선언처럼 언론을 통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그 동안의 방치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번에도 인력난, 장비난, 예산 부족 때문이었다고 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중앙박물관 측에 곱지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경주시 관계자도 "중수기 존재 사실을 알았다면 석가탑 해체복원에 대한 논의가 수없이 반복되는 동안 이 중수기를 훑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경주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 보존이나 복원에 대한 논의의 제일 첫 번째는 석가탑과 다보탑일 정도로 항상 관심을 모았는데 관련 자료를 손에 들고도 40년 만에 내용을, 그것도 부분적으로 밝혀냈다면 해도 너무한 일이라는 지적은 당연한 것.
한 발굴기관 관계자도 "1966년부터 1997년까지의 공백기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놀라운 사실을 담은 내용을 던져 충격을 주고, 그 충격파 뒤에 자신들의 방치과오를 숨기려는 의도는 없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중앙박물관 측의 속시원한 해명이 기다려진다.
박정출·제2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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