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노인과 성(性)

입력 2005-09-15 11:44:19

연령별 사랑에 관한 우스개 하나. 10대의 사랑은 (켜면 확 붙는)성냥불, 20대는 (화력 좋게 활활 타오르는)장작불, 30대는 (은근하게 오래가는)연탄불, 40대는 (꺼진 것 같은데 안에서 타고 있는)화톳불, 50대는 (노래 가사처럼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모닥불, 60대는 (4년마다 한 번씩 켜는)성화불, 70대는 (불은 불이나 도무지 뜨겁지 않은)반딧불, 80대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한 번도 본적없는)도깨비불….

◇ 이런 류의 우스개에 좌중은 킥킥거리고 박장대소를 한다. 대개 웃음소리는 우스개의 뒷부분, 노인의 성(性)을 희화화한 부분에서 더욱 커진다. 하지만 웃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과연 노인의 성은 없는 것인가? 노인의 성을 이렇게 무시해도 될까?

◇ 우리는 흔히 "사람은 누구나 나이들면 성욕이 크게 줄거나 사라질 것"으로 여긴다. 주름잡힌 노인들이 이성에 관심을 갖고, 때로는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하면 가차없이 "주책"이라는 말로 타박을 준다. 우리 속의 뿌리깊은 유교적 가치관은 노인의 성을 부인하게 만든다. 몇년 전, 노인의 성문제를 파격적으로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는 그런 우리의 통념에 정면도전해 왔다. 우연히 만나 부부가 된 70대 할아버지'할머니의 대담한 사랑을 파격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찬반여론으로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 홀로 외롭게 사느니 당장 죽더라도 서로 뜨겁게 사랑하며 사는 것이 좋다는 두 노인의 트루 스토리는 우리사회에 '노인의 성'이라는 화두를 과제로 던져주었다. 이런 참에 최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노인의 성문제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노인복지시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성 고민을 혼자서 해결한다"고 답변했다. 남성 노인의 72.4%, 여성 노인의 48.6%가 적절한 성 상담과 성교육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현재 평균 수명은 77.9세, 이 추세라면 오는 2020년쯤엔 81세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번 더 청년의 삶을 살아야 할 시대가 멀지 않다. 고령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 노인의 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우리 모두는 내일의 노인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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