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 선정 '우수산업기술인' 3인

입력 2005-09-12 16:06:55

산업현장이 늙어가고 있다고 걱정이다. 제조업체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주 2030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리고 있는 30대 초반 젊은 일꾼들을 만났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달 선정한 '우수산업기술인' 3명이 그 주인공. 공정 개선을 통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창출한 그들은 "바꾸고 도전하는 것이 2030 정신"이라고 했다.

◆바꿔라!

조우철(31·삼익LMS)씨는 회사 내 설비 수리 박사다. 얼마 전엔 주요 장비인 연삭기가 오래돼 말을 잘 듣지 않자 직접 뜯어 고쳤다. 연삭기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 고치려면 일본으로 가는 것이 과거 관례였다. 물론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조씨의 손재주는 회사 금고를 틀어막았다.

"원래 장비 운전이 제 업무였어요. 그런데 장비를 돌리면서 기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부품 구성은 물론 작동원리도 알겠더라고요. 고장이 나니까 제가 한번 고쳐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조씨는 고장나면 무조건 외부에 맡기는 관행부터 수리했다.

권인호(30·모토닉)씨는 회사돈 2억4천만 원을 아끼게 만들었다. 엔진 컨트롤러에 들어가는 기판을 제조·이송하는 공정에서 기판이 찍혀 불량이 일어나는 일이 잦자 권씨는 '에어블록'이란 보조장치를 고안해냈다. 에어블록을 통해 바람을 불어넣자 찍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덕분에 생산성이 15% 이상 향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꾸 불량이 나니까 2개월 정도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4개월쯤 에어블록을 만들기 위해 씨름했지요. 밤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느라 고생도 했지만 고치고 나니까 보람이 큽니다." 권씨는 개선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박영복(32·한국OSG)씨 역시 '개선(改善)의 사나이'다.

"절삭탭 가공 공정에서 깎는 위치가 잘못 잡히자 1번에 60개의 불량품이 발생해버렸습니다.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일단 오류가 나면 대량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는 불량을 발생시키는 기계를 손보기로 하고 일부 부품을 직접 제작해 기계에 장착했다. 수개월의 노력 끝에 오류를 수정하자 불량은 사라졌다.

◆2030이 드리는 말

"공장에 젊은 사람요? 없어요. 이직률이 90%에 가깝습니다. 젊은 신입사원 10명이 들어오면 9명은 이내 떠나버립니다. 설사 남았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땀 흘리려는 사람보다 책상에 앉아 PC나 만지작거리려 해요. 기계와 씨름하며 땀 흘리려는 후배를 찾기 어렵습니다." 3명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업고교에 진학해 졸업과 동시에 산업현장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현장 기술에 매달려 왔고 조금이라도 바꿀 것이 있다면 바꾸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노동부의 우수산업기술인 선정은 이에 대한 작은 평가다. 이들은 현장 엔지니어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아직도 학벌사회라는 것.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해주면 좋은데 아직도 대학을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를 갖고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가 안타깝습니다. 진급·급여 등에서 여전히 현장 근로자들은 차별을 많이 받거든요. 제조업을 다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현장 근로자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풍토로는 현장에 오려는 젊은이들이 없을 겁니다." 3명은 한목소리였다.

그들은 현장 근로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과를 올린 만큼 인센티브를 주면 자기것인 양 바꾸려 나서는 근로자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

"대학 진학보다는 해외 연수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만지는 기계 대부분이 외국산이거든요. 외국에서 한 번 교육을 받으면 눈이 확 트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국어가 부담이 됩니다. 틈틈이 하고 있지만요."

이들은 경험을 쌓아 '내 기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2030때 흘린 땀과 도전의 시간이 4050에서 사장님 명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권인호·박영복·조우철(사진 왼쪽부터)씨는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우수산업기술인이다. 공정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이들은 2030이 제조업 현장을 외면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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