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에는 은퇴가 없다-(13)과학, 미래의 목장

입력 2005-09-12 11:26:56

흔히 과학기술을 일컬어 '미래의 목장'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황우석 교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이공계 침체를 걱정하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참을성 있게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이기에 수장(首長)의 부침이 심한 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지역의 미래는 과학기술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 정책의 우선 순위를 여기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 까닭에 민선 지사가 된 이후 재정이 어려울 때도 R&D 예산은 오히려 늘렸다. 그리고, 1998년 구조조정으로 3국 8과를 없애는 와중에도 전국 최초로 과학기술 전담부서를 신설하였다. 또한, 경산과 포항에 테크노파크를 설립하여 과학기술 혁신의 메카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매년 '경북과학축전'을 열어 과학기술이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도록 신경썼다.

그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는지 2000년 4월 과학기술부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진흥상'을 경상북도가 받는다고 발표했다. 자치단체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그러자 기자들 사이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자치단체가 받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구나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이나 수도권이 아니라 보수적이고 시골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경북이 수상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상을 주관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병수 회장(당시 연세대총장)은 심사위원들과 과기부 장관, 그리고 나를 비롯한 3명의 수상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선정 이유를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그 자리에서 기자들은 내게 질문을 쏟아냈는데, 나는 그동안 해 온 일들을 가감없이 이야기한 후 이렇게 말했다. "과학기술의 도를 꿈꾸는 경북은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여 있지 않습니다. 좋은 전통은 이어가면서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이것이 바로 21세기형 선비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기자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수상식장에서 만난 대전시장은 '여기 웬일이냐'며 의아해했는데, 그 역시 경북이 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이 후 대전시 공무원이 경북도청까지 와서 자료를 수집해 갔다고 하던데, 이듬해 보니 대전이 진흥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당시 상을 받은 것은 단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인정에 불과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지역이 어떠한 성장동력을 갖추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권위있는 모 기관에서 경북을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한 것을 보고 정말 기뻤다. 이는 곧 지금보다 미래가 더 희망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해양과학, 문화산업 등 경북의 미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은 하나같이 튼튼하다.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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