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폭스 대통령 '닮은꼴'

입력 2005-09-10 10:03:06

정치역정, 리더십, 정치환경 유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9일 (한국시간 10일) 정상회담을 가진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정치역정, 리더십 스타일, 현재 처한 정치환경 등에서 노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아 주목을 끌었다.

두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으로 성장해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치지도자로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소탈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대화를 중시하는 탈권위적인 리더십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특히 취임 이후 '과거사 청산'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점이나 최근 여당의선거패배로 인한 여소야대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에서도 닮았다.

폭스 대통령은 취임 당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폭압과 인권유린사태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약속, 이후 '과거사 청산'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멕시코는 지난 60년대말~70년대초 사회적 불만이 폭발하면서 정부의 좌파 탄압이 최고조에 달했고, 이때 수백명이 비밀경찰과 민병대에 의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

이를 일컫는 이른바 '추악한 전쟁'이 과거사 진상규명의 대상이었다.

폭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역사는 항상 앞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과거와의 관계가 진실에 기초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며 과거사 진상 규명을역설했다.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과거사 정리 원칙을 연상시키는 언급이다.

지난 2000년 7월 대선에서 승리,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폭스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양대 정책기조로 대대적 개혁을 추진,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부정부패 척결 및 행정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부혁신 등의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반대로 세제, 에너지, 노동 등 주요 개혁 정책에 차질을 빚고 있고, 최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신공항 건설 사업도 주민들의 과도한 보상요구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결국 경기 침체, 실업 등에 대한 국민 불만과 개혁 부진 등이 주 원인이 되어지난 2003년 상.하원 및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여소야대라는 정치환경을 맞아 각종정책추진의 어려움은 심화된 상황이다.

폭스 대통령의 개혁 정책은 그의 강한 개혁의지에도 불구, 기득권층의 견제와반대라는 현실적 한계, 여소야대 구조 등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폭스 태통령은 취임후 의전을 대폭 간소화하는 등 탈권위를 추진, 특히 대통령행사 차량 운행시 과거 정권에서 관행화돼 있던 도로 교통통제를 없애도록 지시했다.

이때문에 노 대통령이 8일 멕시코시티 외곽 공항에 도착, 차량편으로 시내 숙소호텔로 들어올 때 교통신호를 조절했지만 교통체증의 영향으로 시내 진입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두 대통령의 유사점이 많아서인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들은 공통점이기도 한특유의 솔직한 어법으로 말을 주고 받으며 물흐르듯 회담을 이어갔고, 유엔개혁에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는 등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 현안에서 두 대통령은 각기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며 국익을 챙기는 '세일즈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한국기업의 대(對) 멕시코 투자여건 조성과 멕시코 조달시장 진출, 국산 훈련비행기 구입 등을 요청했고, 폭스 대통령은 무역불균형 시정 노력을 촉구했다.

정상회담장 주변에서는 "정치역정에서 동지적 유대의식을 느끼는 정치지도자들이지만 정상외교의 장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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