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부시의 정신분석

입력 2005-09-10 09:26:35

부시의 정신분석/저스틴 프랭크 지음/한승동 옮김/교양인 펴냄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를 정신분석한 이래로 미국은 세계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정신을 분석,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 그들의 행동을 예측해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하거나 협상 테이블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산하 '성격과 정치행위 분석센터'에서는 각국 지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 한번도 자국의 지도자들의 심리는 분석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신성불가침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현직 미국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은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부시 행정부의 행동 양태를 이해하려면 국가안보전략보다 프로이트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의 정신이 분석 대상이 되는 이유는 세계의 운명과 직결되는 그의 지위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정신과 임상교수인 저자는 공화당내에서조차 철군 주장이 나올 만큼 이라크 침공 명분이 누더기가 되었지만 왜 부시는 "중동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미군의 희생은 불가피하며 그것이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부시의 정신 분석을 시작했다.

저자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능력, 끝없이 외부에 적을 만들어 불안을 투사하는 파괴적 환상, 하느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대망상 등 부시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의 뿌리에는 어린 시절에 받은 끔찍한 고통과 상처, 부모의 양육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부시는 일생동안 부인과 회피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조절하는 일에 매달려 왔으며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통해 어떤 종류의 고난에서도 구원 받을 수 있다는 환상, 언제나 자신은 하느님 편이며 자신이 하느님처럼 위대하고 전능하다는 망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

저자는 선과 악, 흑과 백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단순화하는 것은 부시에게 불안을 조절하는 좋은 방법이었으며 약자를 경멸하고 괴롭히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부시에게는 진심 어린 연민이나 동정 같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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