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나를 부르는 //한낮 무수히 흔들던 바람 발자국 /쓰다듬는 고운 별빛 소리 /고즈넉고즈넉 /떨어지는 토함산 한 자락 //낡은 집 용마루 /꼬옥 포옹하는 포근함으로 /떠오르는 둥근 달 //살아오며 뭘 빠뜨렸는지 /잠깐만요! /날 부르는 것 같아 /날 부르는 것 같아 //걷던 길 멈추고 /그리운 사람 얼굴 마주하듯 /올려보는 밤하늘 //환한 저 웃음.' '둥근 달'
어머니, 지난 계절 청주에 있는 당신의 손자가 수학여행으로 불국사에 왔다기에 만나러 갔다 얻은 시입니다. 둥근 달님. 이제 며칠 후면 그 둥근 달님이 떠오르는 한가위 추석입니다.
추석은 돌아가신 조상님을 기억하고 부모, 형제자매 그리고 벗을 만나는 정겹고 흥겨운 날 아닙니까.
송편 빚는 솔향 속에 둥근 달님이 둥두렷이 떠오르는 한가위를 그려봅니다. 울타리 너머 동산 위로 달님이 떠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마음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추석을 맞는 기분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설렙니다. 그렇기에 나이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되돌려 놓는 타임머신 같은 명절이 한가위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없는 집에 자고 나면 제사 돌아온다'는 이야기처럼 추석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이웃에 많음을 저는 압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금, 저는 당신 계신 고향으로 몇 시에 출발할 것인지, 또 어떻게 갈 것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이미 결정한 상태입니다.
그러면서 20여 년 전 낯선 이곳 포항으로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지금보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고, 차편도 불편했던 때였습니다.
서울과 반대 방향의 귀성인데도 당신 계신 충청도까지 가는 데는 으레 일곱 시간은 기본이었습니다. 차는 막히고, 버스 속에서 서서 갈 경우도 다반사였던 긴 시간이었지만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특히 추석 명절 고향에 가고, 되돌아오는 도중 만나게 되는 웃는 달님은 나를 즐겁게 했습니다. 산을 지나도, 내를 건너도 둥근 달님은 소곤거리듯 계속 따라왔습니다.
더욱이 그 달님 속에는 많은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을 비롯하여 형제자매들, 친척들, 이웃들, 친구들. 객지에서 새로 사귄 벗들….
참 많은 얼굴을 곱게 투영하는 둥근 달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 달님은 그리움을 되새기게 하는 추억의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종 밤하늘에 달님이 없다면 세상은 어떨까? 참으로 엉뚱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에 젖어볼 때가 있습니다. 둥근 달님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보다 풍요롭고,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제 며칠 후면 두둥실 한가위 보름달님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 달님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빛을 골고루 뿌려줄 것입니다. 달님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고, 이루려는 소망을 기원하는 계기가 되길 한가위 둥근 달님을 기다리며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그리고 어머니 당신이야말로 제 마음 속에 둥근 달님이란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는 것을 덧붙입니다.
하재영 시인·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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