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래서 물처럼 흐르는 일은 삶의 지혜로 꼽힌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주역에서도 물은 오행의 근본이다. 상생'상극의 음양오행 움직임에 뺄 수 없는 기본이 물이다. 물 없는 삶이 있을 수 없듯 세상 이치도 물에서 멀어지면 역행이 된다. 물이 최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물에 잠긴 미국 뉴올리언스의 지옥 같은 생활상이 태풍으로 물바다를 이룬 동해 남부 지역 소식과 겹친다.
◇ 물 관리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토지 개발 등의 이유로 복개했던 도시 지역 하천마다 복개가 유행이다. 생태계를 자연 상태로 환원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생태공원이나 자연학습장으로 꾸미기도 한다. 물값 싸움을 벌이던 서울시와 수자원공사의 힘겨루기는 서울시의 판정승이 예상된다. 중앙하천위원회가 청계천에 흘려 보낼 물값을 받는 건 공익성에 배치된다는 건교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 그러나 시민의 정서를 감안, 댐에서 나온 물값을 받지 않는 것은 수세 납부 거부 사태를 촉발, 국가 물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여전히 만만찮다. 반대의견의 근저엔 우리나라도 풍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깔려 있다. 환경부와 건교부가 각각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개발 가능한 물이 부족하지 않다는 환경부와 달리 건교부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 환경부는 환경백서를 통해 상수도 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50%대에 불과하다며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내년부터 물 부족을 겪는다는 의견은 최악의 가뭄을 예상해 판단한 것으로 그 수요를 너무 과다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대신 비싼 물값 등을 이유로 시설의 중복 과잉 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한다.그러나 건교부는 상수도 시설의 가동률이 낮다고 물이 남는 것은 아니며 2011년이면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전국 4대 강에서 많게는 18억t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 그러나 물이 부족하냐 아니냐로 다투는 환경부와 건교부도 모두 그 중요성을 전제로 한다. 과잉 중복 투자를 지적하는 환경부도 물 관리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국토 관리를 맡고 있는 건교부도 물 없는 성장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물 없이 하루도 버티지 못하지만 물의 소중함과 무서움은 늘 잊고 산다. 그런 물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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