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도 식후경…추어탕으로 배 채우고!

입력 2005-09-03 08:48:44

가을이 눈앞이다. 수많은 열대야 속에서 가을을 꿈꿨는데 참 세월이란….

가을의 먹을거리로는 추어탕이 꼽힌다. 추어(鰍魚)라는 이름에 가을 추(秋)자가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증명(?)이 된다. 추어탕도 맛보고 가을의 운치도 느낄 만한 곳은? 그리 멀지 않은 청도다. 청도 추어탕이 전국적으로 소문난 것은 자연산 잡어를 사용하는 데 있다. 보통 추어탕하면 미꾸라지를 생각하지만 이곳에선 싱싱한 자연산 잡어를 쓰는 게 특징이다. 소문난 청도 추어탕의 맛 속으로 한번 빠~져 봅시다.

청도역 입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삼양식당. 역 주변에 추어탕집이 여럿 있지만 이곳은 꽤나 이름난 전통 추어탕집 중 하나다. 전통집이 더러 그렇듯 건물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김명순(61·여)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김씨는 "청도에 와서 추어탕을 먹지 않으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것과 같제"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만 17년 동안 이곳에서 추어탕 장사만 했다는 김씨는 "예전에만 해도 추어탕집이 우리집 외에 의성·행미식당밖에 없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3년 전부터 하나 둘 생겨 역 주변에만 8곳이 추어탕집이다.

이 식당에선 입구 앞에서 직접 추어탕을 만들기 때문에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운문댐 밑 동창천에서 잡은 꺽지, 동사리 등 5종류의 잡어의 배를 따서 손질을 한다. 이것들을 물과 1대 1 비율로 섞어 냉동을 시킨다. 그러면 갓 잡은 고기처럼 신선도가 살아난다고 한다. 이렇게 냉동된 잡어들을 꺼내 40분 동안 푹 고아서 소쿠리에 담고 잘게 으깬다. 이때 자연스럽게 뼈를 걸러낸다. 그런 다음 큰 솥에 잘게 으깬 잡어와 배추 우거지를 넣고 센불로 다시 40분 끊이면 끝. 거기에다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산초가루 등을 넣으면 비로소 추어탕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추어탕 맛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첫맛에 이어 목줄기에서 조금씩 추어탕 특유의 컬컬한 맛이 올라온다. 국물은 걸쭉하지 않고 맑다. 미꾸라지 추어탕보다 고기향이 더 진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054)371-5354, 2331.

배를 채웠다면 주변 나들이 차례. 가장 먼저 적천골 향토산방이 눈에 띈다. 청도역에서 자동차로 17분 거리에 있는 향토산방은 화악산 중턱에 걸쳐져 있어 일단 주위 경관에 정이 간다. 건물 바로 옆에는 2㎞에 걸친 지반을 타고 맑은 개울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린다. 이곳은 감물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정원에 심겨 있는 감나무에서 직접 감을 딴 다음 즙을 내 물을 들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황토방에서 가족끼리 숙박도 가능하다. 054)373-5986, 016-9508-2550.

이와 함께 유호연지 인근에 청도감물염색전시장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라 10월 말에 문을 연다고. 이곳에는 침구류, 각종 옷 등 300여 가지의 감물염색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체험이나 염색 공정도 경험해볼 수 있다. 054)371-6135, 011-516-4986.

청도역에서 자동차로 9분 거리에 있는 석빙고는 청도가 자랑하는 유적 중 하나. 보물 제323호로 쉽게 말하면 옛날 냉장고다.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안에 내려가면 확실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 석빙고에서 큰 길을 따라 7분 거리에 각남초등학교에 이른다. 이곳 운동장 한 쪽에 자리한 농기구박물관도 볼거리. 1993년 지어진 이곳에는 탈곡기, 새끼틀, 극젱이 등 희귀한 농기구가 104종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도 걸려 있어 쓰임새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도시 아이들에겐 생생한 학습장으로 손색없다. 학교에서 운영하다 보니 미리 학교 교무실에 통보를 해야 한다고. 문의 054)372-6086.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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